애플의 ‘플러스’ – 중요한 것은 구독이 아니라 브랜드 (번역)

  • 예상 외의 것 – 애플TV를 기대했는데, 구독 서비스가 단체로 왔습니다. 뉴스, 매거진, 게임, 신용카드와 오프라 윈프리 모두가 세트였네요. 이 이벤트에 대해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아주 많습니다. 특히 TV는요. 애플은 TV에 얼마나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일까요? 애플은 넷플릭스를 잡을 생각으로 100억불 정도는 쏟아부을까요? 아니면 마케팅에 10억 불 정도만 쓸 심산일까요? 여하튼, 구독 서비스들 자체는 애플의 탄탄한 실행력을 엿볼 수 있는 제품입니다. 제품 담당자들이 제품을 키우듯이요.
  • 분명한 건 – 구독 서비스들은 유저 이탈을 줄이고, 추가 매출을 거둘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수 억 대가 깔린 아이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10~30달러 정도의 매출이 매달 나올 수 있습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안드로이드로 갈아타는 것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애플 신용카드를 쓰게 된다면 말이죠)
  • 더 흥미로운 건 –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더 강력한 약속을 제안한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기술이 알아서 할테니 사용자 여러분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애플은 ‘기술이 설령 사기를 치더라도, (애플이 알아서 할테니), 애플의 사용자 여러분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라 약속합니다. 이날 애플이 소개한 것들은, 프라이버시와 큐레이션 그리고 신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유저 트래킹도, 낚시성 광고도 없고, 아이템 뽑기 상자도, 복잡한 신용카드 요금도 없습니다. 대신 오프라 윈프리가 있죠.

전 세계 성인은 55억명 정도 됩니다. 그 중 50억 정도가 핸드폰이 있어요. 여기서 3~40억 정도는 스마트폰입니다. 이 중 아이폰은 8억 대 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지구 전체는 연결되었습니다. 애플의 공이 특히 컸죠.

그런데 세계 인구가 전부 연결되어버리고 나니, 새로 연결시킬 사람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늘리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시장은 이제 정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중국 시장에서도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었고, 아이폰 판매량은 전과 같은 성장곡선을 그리지 못합니다. 이제 더 이상 재미를 보지 못합니다. 다음 무언가가 나와줘야 할 때죠.

이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로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애플이 ‘아이팟 홈런’을 날렸을 때 그 다음 홈런을 사람들이 설레며 기다렸던 것처럼(주: 네, 그건 아이폰이었죠) 지금 사람들은 아이폰 이후의 홈런이 무엇일지 궁금해합니다. 누군가는 (루머만 여러번 나온) 애플 자동차 프로젝트를 기다립니다. 누군가는 애플이 증강현실을 혁신해주기를 기대했죠. 하지만 그 중에 조만간 나올 것 같은 것은… 음, 없지 않을까요.

다음으로는 애플이 이미 세상에 있는 플랫폼들을 묶음상품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애플은 오랫동안 (아이튠즈나 앱스토어 같은) 서비스와 구독 비즈니스모델이 애플의 사업에서 중요한 부분이라 이야기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이벤트에서는 그 말이 훨씬 더 무게감있게 다가왔습니다. 애플이 함께 하고 싶어하는 브랜드와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관절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해보였죠. 


사람들은 이벤트의 주인공이 TV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날 무대를 가득 채운 것은 뉴스와 매거진, 게임, 신용카드와 같은 새로운 구독 서비스들이었습니다. 물론 마지막엔 모두가 기다렸던 그 TV를 보여줬지만요. 

  • 월 10불을 내면 WSJ 같은 뉴스나 매거진을 제공하는 ‘애플 뉴스+’는 뉴스 계의 스포티파이 같은 느낌입니다. (NYT처럼) 기존 브랜드가 충분히 강해서 사람들이 따로 구독하거나, 사람들에게 물리적인 무언가를 쥐어줄 수 있는 뉴스나 매거진은 애플의 뉴스+ 에 입점하지 않을 것입니다. (음악에서도, 어떤 팬덤은 가수의 실제 CD를 사서 손에 쥐길 원하죠) 하지만 브랜드가 그렇게 강력하지 않을 대부분의 뉴스/매거진에게 있어, 애플의 뉴스+는 새로운 소비자를 만나 추가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좋은 유통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 애플의 게임 구독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를 이용하는 유저는, 매월 일정 금액을 내기만 하면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을 만한 참신한 인디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인앱 구매나 광고 없이 말이죠. 
  • (골드만 삭스와 제공하는) 신용카드는 애플 페이에 신용결제 기능이 추가된 것입니다. 복잡하고 모호한 포인트 대신 깔끔하게 캐시백으로 혜택을 주는 서비스입니다. 추가 비용이나 연체료도 없고, UI/UX는 매끈하고, 보안 걱정도 없고, 자산과 지출 관리도 해주죠. 
  • 그리고 TV+. 이건 좀 따로 이야기할게요.

여기서 세 가지 관점이 이날 발표된 제품들을 관통합니다. 

  1. 애플은 뉴스/게임/페이를 반복 사용하는, 꾸준하고 예측 가능한 결제 유저를 확보하게 됩니다. 서비스 각각이 엄청 대단하거나 새롭지는 않습니다만, (이들이 모여) 명확한 타겟 유저/ 높은 접근성/ (콘텐츠의) 새로운 발견 경로라는 문제를 잡습니다. 모든 제품 담당자가 매달리는 그 문제죠. 
  2. 유저의 이탈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이 구독 서비스들은 아이폰 유저가 다음 스마트폰을 고를 때 아이폰을 다시 고를 확률을 높입니다. (특히 신용카드는 그렇겠죠). 매출도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유저당 최대 월 50불 정도가 아닐까 하는데요. 애플의 아이폰을 쓰는 8억 명의 사용자 중 꽤 많은 수가 매월 50불을 내게 되겠죠.)
  3. 브랜드

서비스와 매출에 대한 이야기보다 세 번 째,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중요합니다. 요즘 뜨고 있는 브랜드들이 사용자에게 약속하는 것을, 이제 애플도 사용자들에게 약속할 수 있게 됩니다.

(좋은 의미에서) 테크 업계의 디즈니 같은 느낌이 되는거죠. 믿음직스럽고, 안전하고,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광고가 없는, 꼼수나 사기가 없는 브랜드. 교묘한 인앱결제 장치도, 복잡한 신용카드 요금제도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정제되어 큐레이션됩니다. 

애플은 그간 프라이버시나 큐레이션에 대해 종종 이야기했습니다만, 이 서비스들은 이 두 가지를 애플 사용자들의 손에 잡히는 형태로 제공합니다. 이전의 애플이 약속하던 건 ‘기술이 알아서 할테니 사용자 여러분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애플이 약속하는 것은 다릅니다. ‘기술이 설령 사기를 치더라도, (애플이 알아서 할테니), 애플의 사용자 여러분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기술이 그간 진보해온 거대한 길의 일부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검은 화면에 커맨드를 직접 타이핑해야 했던 도스가 윈도우로 바뀌고, 마우스 클릭이 터치 인터페이스로 바뀌고, 패키지 프로그램을 구매해 설치했던 시대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시대로 넘어온 것처럼, 더 높은 단계의 기술이 열릴 때마다 하위 단계의 기술을 쓰는 제품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단계에서는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났습니다. 

아이폰이나 크롬북을 쓰는 사람들은 더 이상 ‘디스크 조각 모음’을 하지 않아도 되고, RAM을 추가로 사서 꼽거나 하는 일도 없고, 파일이 망가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바이러스에 걸릴까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악성코드도 진화하기 마련입니다. 애드웨어, 스캠웨어, 애트 트래커, 신용카드 정보 탈취, 중독성 게임, 온라인 피싱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했습니다. 여기서 애플은 더 이상 디스크 조각 모음을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줬듯이, 새로운 컴퓨팅 시대의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브랜드에 대한 건 조금 큰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도대체 애플 TV로 애플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아마 추가 매출과 고객 이탈률을 낮추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애플이 TV로 사용자에게 제안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이벤트에서 애플은 할리우드의 유명인사들을 무대에 올려 인사하는데 한 시간 반을 써놓고, 서비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연말에 나온다고 하긴 하는데, 테크 저널리스트나 애널리스트들은 좀 애가 탈겁니다. 가격도 모르고 (아마 10~15불 정도겠습니다만), 이 프로젝트의 목표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몇 개 정도의 쇼가 나올까요? 애플은 10억 불 정도 쓸 생각일까요? 아니면 진짜 100억 불 정도를 지를까요? (넷플릭스는 올해에만 100억 불을 쓸 예정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제가 종종 하는 이야기인데요. TV에는 지구가 달을 잡아두는 중력처럼 보편적 법칙 같은 것이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돈을 태운만큼 유저가 모이고, 유저가 모이면 결과가 숫자로 나오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래서, 애플이 얼마쯤 쓰려고 하는지 혹시 아시는 분 계신가요? (그날 이벤트에서 아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 헐리우드 관계자들을 노려 일부러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진짜 효과가 있었을까요)


다시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해볼까요. 애플이 TV+를 통해 하려했던 진짜 이야기를요. 그건 아마 사용자가 애플에 돈을 내며 보게 될 TV에 기대할 신뢰 혹은 가치에 대한 이야기였을 것입니다. 그러니 팀 쿡이 몇 개 쇼의 대본을 언급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벤트에서, TV 쪽 부분은 바로 그 스티븐 스필버그가 문을 열고 오프라 윈프리가 닫았습니다. 그 사이엔 타란티노도, 광고 얘기도, <왕좌의 게임>의 칼부림도 없었습니다. 디즈니 답죠. 테크업계의 디즈니. 

어떤 면에서는 애플 TV+ 역시 이탈률을 줄이고 추가매출을 올리기 위해 탄탄하게 실행해온 결과라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전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애플이 스마트폰 서비스의 본질에 대한 한층 폭넓은 해석을 TV+를 통해 어떻게 내놓을지. 어떻게 ‘애플’ 스럽게 만들어내는지 살펴보는 것. 이것이 더 의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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