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닥리포트] 일본 결제시장이 움직인다?

일본의 모바일 페이먼트 시장이 아주 뜨겁습니다. 이바닥 갈라파고스인 일본은 모바일 결제뿐 아니라 신용카드도 안되기로 아주 유명한 시장인데요, 이 시장을 바꾸기 위해 많은 회사들과 정부까지 뛰어들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바뀔 수 있을까요?

89% vs. 82%

한국의 현금이 아닌 결제 비율과 일본의 현금 결제 비중입니다. 일본 여행을 해보신 분이라면 현지 사람들은 어디서든 현금 결제를 많이 하는 걸 관찰하셨을 것입니다. 일본인의 현금 사랑은 디지털 결제를 신뢰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조사도 있지만, 반대의 큰 이유는 높은 신용카드 가맹 수수료율 때문입니다. 한국의 0.5~2.0%의 결제 수수료율이 일본에서는 보통 1~5%, 업종에 따라 8%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맛집이 현금만 받고, 사람들은 (맛집을 가려고) 현금을 쓰고, 카드를 굳이 안 만들고, 상점은 굳이 카드 결제기를 들일 필요가 없고… 그래서 일본의 월급날이면 사람들이 현금을 뽑기 위해 ATM에 길게 줄 서있는 광경을 목격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일본 페이 대장은 (물론 제외할 수 없는 현금을 제외하고…) 스이카라는 교통카드였습니다. 자동차 이용 비중이 낮은 일본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전철이나 버스에 필요한 스이카(를 비롯한 교통카드)를 하나씩 가지고 있고, 심지어 최신 아이폰에는 기본 탑재되어 있기까지 합니다. 모든 국민의 주머니에 한 장씩 꽂아넣은 카드를 레버리지해 결제 기기를 점포에 뿌렸습니다. 그래서 일본 편의점 등에서는 종종 스이카로 결제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페이페이가 쏘아 올린 100억 엔

그런데 여기에 큰 아주아주 큰 폭탄을 던진 게 페이페이라는 회사입니다. 작년 말에 100억 엔 규모의 20% 캐시백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습니다. 페이페이로 결제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20% 캐시백, 랜덤하게 100%도 터지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페이페이로 아이패드를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아이패드가 매진되고, 심지어 신사에서는 헌금을 페이페이로 받는 케이스도 생겼습니다.

누가 이렇게 큰돈을 질러댈까요? 일본에 큰돈을 질러대는 사람이라그렇습니다. 페이페이의 뒤에는 손사장님이 계십니다. 페이페이는 소프트뱅크와 야후, 그리고 소뱅이 인도에서 투자한 일등 페이업체 페이텀이 만든 회사입니다. 18년에 10월에 런칭한 페이페이는 QR 결제만으로 단숨에 가입자 400만을 확보하는 엄청난 저력을 보였습니다. 100억엔을 뿌리는 20% 할인 캠페인을 벌써 2회차나 진행하고, 소프트뱅크의 영업력까지 빌려 열심히 발로 뛴 결과, 요즘 매장에 가면 페이페이의 큐알결제를 제공하고 있는 가맹점들이 꽤 많이 늘었습니다. 마치 한국에서 카카오페이 큐알 판넬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요.

요즘 부쩍 늘어난 페이페이 결제판. 근데 이 집 맛집입니다.

한편, 오랜 시간 일본의 페이 시장에 공을 들여온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카카오톡, 라인의 라인 페이입니다. 일본에 거의 8000만 명 유저를 꽉 잡고 있는 라인에 올라탄 페이먼트 플랫폼으로, 친구끼리 송금, 카드/큐알 결제, 공과금 납부 등 다양한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랑 거의 같은 느낌으로, 2015년 사업을 시작한 라인페이의 유저는 약 3천만 명, 가맹점도 10만여 개에 이릅니다. 게다가 페이페이가 100억 엔 & 20% 캐시백이라는 엄청난 캠페인을 질러버리자, 라인페이도 지지 않고 맞불을 놓았습니다. 연초부터 마찬가지로 20%캐시백 캠페인과 함께, 최대 2000엔 랜덤 금액 캐시백, 기본 2% 포인트백 등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모션 스킴으로 유저 이탈을 방지하고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네요.

물론 유저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라인페이와 페이페이는 큐알결제에 대해서는 결제수수료를 받지 않고, 익일 정산을 해줍니다. 큐알이 아닌 카드 결제를 위한 별도의 단말도 무료로, 가입비나 월 요금 없이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점주의 입장에서도 거의 현금이나 다를 바가 없고, 유저들이 먼저 쓰겠다고 물어보니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네요. 라인페이는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하고 그때그때 큐알을 만들어주는 자체 결제기기도 무료로 뿌리고 있어 더 빠른 확산이 기대됩니다.

하지만 일본의 페이먼트 시장의 플레이어는 페이페이와 라인페이만 있는것이 아닙니다. 16년 라인페이의 뒤를 이어 출시한 스타트업의 ‘오리가미페이’, 일본의 아마존(에게 밀려 2등이된) 라쿠텐의 ‘라쿠텐 페이’, 1등 통신사 NTT도코모의 ‘d페이’와 2등 통신사 KDDI의 ‘au페이’, 최근 엄청난 인기로 상장한 중고거래서비스 메루카리의 ‘메루카리 페이’, 미즈오은행의 ‘J코인페이’, 페밀리마트, 세븐일레븐 등등등등…. 레버리지가 하나라도 있다면 페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아직은 대부분이 결제에 국한되어 있지만, 곧 송금이나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하는건 당연한 이야기겠습니다.

갑자기 왜 페이먼트?

이렇게 페이 서비스들이 난립하며 경쟁하는 또 다른 배경에는 정부가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내년으로 다가온 올림픽까지 비현금결제를 높이는 ‘캐시리스 확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카드 사용에 익숙한 외국인이나 QR 결제에 점령당한(?) 중국 관광객의 소비를 현금이 막게 둘 수는 없죠. 또, 올해 10월에 8%인 소비세를 10%로 인상할 계획인데요, 일본 정부는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약 2800억엔의 예산을 들여 캐시리스 결제에 포인트를 돌려주는 프로모션을 지원하고, 신용카드 수수료율도 3%대로 낮추기 위해 카드사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트렌드에, 올림픽, 정부의 지원까지… 페이 사업에 뛰어들만한 충분한 동인입니다.

유저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이 캐시리스 사회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86.9%, 스마트폰 결제의 인지도도 81%까지 높아졌습니다. 다만 ‘이용해 본’ 사람은 아직 21.4%라고 합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현금이 대부분이고, 지갑에는 귀찮은 동전이 가득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었을까요? 아니면 갈 수 있는 길이 많이 남았다고 해야 할까요?

편의점 포스에서 다양한 결제 방법을 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현금으로 결제하죠

그래서, 누가 이기나요?

그렇다면, 일본의 페이 춘추전국시대를 정리할 진시황은 과연 누가 될까요? 인프라를 까는 경쟁이라면 플레이의 강한 체력이나 레버리지뿐만 아니라 든든한 지원군이 필요한데요, 아무래도 라인페이와 페이페이가 시장의 선두를 굳건히 지켜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라인페이에게는 강력한 유저와 라인, 네이버라는 지원군이 있고, 페이페이에는, 네, 손상이 계시죠. 손상이 한국의 EC를 정리하라고 쿠팡에 찔러준 금액이…그 외에도 커머스를 붙잡고 신용카드, 은행, 포인트까지 소비 에코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한 라쿠텐정도가 있을수 있겠습니다. 라쿠텐에 대해서는 언젠가 따로 다루면 좋겠네요.

한편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서로간의 협력도 발생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 메루카리는 라인페이와 결제 솔루션을 공유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라인페이 결제가 가능한 점포에서는 메루카리도 결제가 가능합니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구요. 라인페이는 위쳇페이, 네이버페이와도 결제 솔루션을 공유하고 있죠. 손상만큼 뒤를 봐줄 자금이 없다면 결제 플랫폼의 플랫폼이 되는 것도 현명한 접근일 수 있겠습니다. (그 뒤를 연결할 노고를 생각하면 끔찍하지만요)

이러나 저러나 가장 좋은 것은 유저입니다. 지난 주말에 야키토리를 먹고 4000엔이 나와 페이로 결제했더니 1000엔을 돌려받았습니다. 그리고 편의점에 가서 맥주랑 이것저것으로 956엔을 썼는데, 이번엔 전액을 돌려받았네요. 캠페인이 끝나기 전에 얼른 나가서 이것저것 사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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