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해체하라?

페이스북이 또 다시 거대한 역풍과 맞닥뜨렸습니다. 2004년 마크 주커버그와 하버드에서 방을 같이 썼던 인물이자,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였던 크리스 휴즈가 직접 ‘페이스북의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최근 개인정보와 시장 질서가 교란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이는 페이스북과 마크 주커버그의 독점적 지위가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니, 이를 바로 잡는 방법은 반독점법(셔먼 법)을 발동시키는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휴즈가 페이스북 해체의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은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1) 독점적 지위는 그 자체로 위험하다. 페이스북도, 마크 주커버그도. 

페이스북은 한 때 스스로를 ‘유틸리티’ 혹은 ‘중립적 플랫폼’이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에게 노출될 콘텐츠의 종류를 결정할 수 있는 퍼블리셔의 성격 역시 갖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는 미국 유권자 60%의 정보탐색을 통제합니다. 왓츠앱과 인스타그램까지 포함한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 시장의 80%을 점유하며, 마크 주커버그 개인이 의결권의 과반을 행사합니다. 어려서 창업해 규율에 익숙하지 않은 마크 주커버그는, 그 자체로 리스크일 수 있다고 휴즈는 주장합니다. 

2) 페이스북과 마크 주커버그는 성장을 위해 시장의 질서와 소비자 후생을 교란한다.

페이스북은 ‘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최근 잇달아 터지듯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오용하는 것은 물론, 플랫폼의 약관(소셜그래프)을 불공정하게 제정/운용합니다. 심지어 경쟁 서비스를 돈으로 사버리거나(왓츠앱, 인스타그램) 베낌으로서(인스타그램 스토리) 경쟁을 애초에 왜곡합니다.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의 실적과 주가가 고공행진 하고 있는 것은, 애초에 페이스북이 시장을 왜곡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건강한 대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라고요.

3) 해체해도 페이스북 무너지지 않는다. 괜찮다. 선례도 있다. 

페이스북은 본체만으로도 거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새로운 R&D에 투자할 여력도 충분하기 때문에, 회사를 해체한다고 해서 존폐를 고민해야 할 수준은 아닙니다. 또한 반독점법인 셔먼 법 제정 이후, 석유시장의 독점사업자 스탠더드 오일과 통신망 독점사업자 AT&T의 구조를 조정한 선례가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IE 끼워팔기 제재도 있었기 때문에 이는 무리한 법 집행이 아니라고 합니다. 또한 페이스북에 대한 반독점법 적용은,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다른 기업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도 주장합니다. 

휴즈는 페이스북을 페이스북(본체), 인스타그램, 왓츠앱 이상 세 개의 회사로 쪼개야한다고 합니다. 사용자에게도, 시장에게도, 주주에게도 모두 이득이 될 것이라고 하며 말이죠. 나아가 페이스북을 감시하는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주장합니다. 

크리스 휴즈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견제와 균형’이 (다른 산업과는 달리) 소셜미디어와 페이스북에는 적용되고 있지 않다고 역설합니다. 독점적 지위를 해산하면 자연스럽게 경쟁이 촉발되고, 경쟁은 혁신을 불러올 수 있으리라고, 그것이 미국의 창립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면서요. 


솔직히 이 의견이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페이스북이 최근 과오를 자주 저지르고 있는 것은 맞지만, 독점적 지위 자체만으로 사기업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형평이나 논리에 어긋나보여요.

플랫폼 약관 운용의 편향성이나, 조기 인수를 통한 경쟁사 대응 전략은 미워보일 지언정 범법이라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마크 주커버그는 미국스럽지 않다’라는 주장은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며, 얼핏 교조적이기까지 합니다. 이 주장 자체로 반독점법이 발동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라면 말이죠.

하지만 이를 정치적인 주장으로 바라본다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미국은 내년에 있을 대선 시즌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의 대선 후보 중에서는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처럼 시장에 대한 급진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고, 인기가 꽤 높습니다.

이 와중에 테크 대기업의 해체는 다가오는 대선 경선에서 핫한 의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죠. 기업은 아주 유명하고, 주장은 파격적이며, 근거는 단호합니다. 심지어 이를 주장하는 이가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즈입니다. (크리스 휴즈는 사재로 진보매체 ‘뉴 리퍼블릭’을 인수했던 경력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페이스북을 해체하자라는 건 ‘좋은 어그로’입니다. 올 초 미국 하원에 입성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은 ’70% 소득세율’을 주장하며 미디어와 학계의 관심을 끈 바 있습니다. 폴 크루그먼 같은 대가들도 이에 ‘참전’해서 가능하다 그렇지않다 논쟁을 펼쳤죠.

휴즈의 ‘페이스북 해체’ 주장 역시 아마 꽤 당분간 각계 네임드들의 찬반을 이끌어낼 듯 합니다. 마크 주커버그와 페이스북 임직원들은 괜히 언론에서 감놔라 배놔라 할테니 열 좀 받겠네요. 근데 아마 적당히 무슨 민관 연합기구 같은거 하나 만들고 쇼부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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