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가 내놓은 라디오

음악을 어떻게 들으시나요? 스트리밍 서비스가 추천하는 여러 플레이리스트중 (거의 아무거나) 골라서 듣는 스타일인가요? 그것도 귀찮아서 탑100을 자동재생하는 스타일이신가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스포티파이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Spotify Stations라는 새 서비스는 실행하자마자 바로 음악이 나옵니다. 마치 라디오처럼요. 라디오 주파수 리스트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유저가 스포티파이에서 자주 듣거나 좋아한 가수나 플레이리스트가 위치하고, 세로로 스르륵 스크롤하면 바로바로 스테이션이 변경됩니다. 라디오에서 주파수를 쭉 올리고 내려서 방송국을 찾는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써보니까 느낌이 너무 좋네요.

그동안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많은 음악서비스들은 여태까지 “어떻게 유저가 좋아할만한 음악을 잘 찾아줄까?”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전문 큐레이터를 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도 하고, 인공지능을 시켜서 유저가 좋아할 만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Daily Mix”라는 플레이리스트를 자동으로 생성해주는데, 적중률이 꽤 높아 높은 호응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의 VIBE가 ‘믹스테잎’이라는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합니다.

문제는 어떤 유저들에게는 이렇게 저렇게 잘 만들어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주는 것도 귀찮은 선택의 프로세스라는 점입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특별한 케이스를 빼고는 음악을 보통 BGM처럼 소비하는데, 매번 음악 서비스를 열고, 수많은 플레이리스트중에 하나를 결정해서 재생해야 하다니, 그냥 적당히 잘 나오면 좋겠는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 스포티파이에서 ‘알아서 적당히 바로 틀어주는’ 서비스를 내놓았네요. ‘음악이 나오는게 중요한’ 사람들이나, 차에서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듣느라 손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에게 딱 필요한 사용자 경험입니다.

물론 이런 서비스가 처음은 아닙니다.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의 시조새 중 하나인 ‘판도라’가 라디오 스타일에서 출발했습니다. 기가막히는 음악 추천과 라디오스타일로 음악을 듣는 서비스에서 출발해서, 이제는 일반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팟캐스트까지 모두 제공하는 올인원 서비스로 성장했습니다. 작년 미국의 위성라디오 업체 시리우스에 35억 달러에 인수되기도 했죠. (한편, 스포티파이의 시가총액은 237억 달러입니다.) 판도라는 스포티파이 같은 서비스가 되고, 스포티파이는 판도라 같은 서비스가 되네요. 이들이 향하는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아 물론, 애플 뮤직(+팟캐스트)을 빼먹을수는 없죠. 애플도 요즘 ‘서비스’ 영역을 열심히 하던데…

요즘 스포티파이의 행보는 “듣는 서비스의 A to Z를 다 만들자”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팟캐스트 스타트업들을 인수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자동차에서 바로 재생할 수 있는 별도 기기를 테스트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인공지능스피커들과의 연결은 물론이구요. 컨텐츠, 재생 환경에 이어서 Stations는 다른 방법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을 노린다고 보면 되겠죠? 그나저나 아직 스포티파이는 한국에서 쓸수가 없다는 큰 단점이 있네요. 얼른 한국에 들어오면 좋겠어요. (소문만 있던데..) 아니면 다른 서비스들이 스포티파이 같은 경험을 제공해주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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