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은 테크 회사일까? (번역)

최근에 상장신청을 한 회사들 중에, 별로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회사 두 곳이 있습니다. 바로 위워크WeWork와 펠로톤Peloton입니다. 위워크는 빈 건물을 빌려 사무공간으로 다시 임대를 주고, 펠로톤은 가정용 피트니스 기기를 만들고 피트니스 클래스를 비디오 스트리밍으로 제공합니다. 이렇게 보면 같은 점이 거의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두 회사가 던지는 질문은 같습니다.

“테크 회사란 무엇인가?”

음. “테크 회사가 아닌 회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보는 것도 좋겠네요. (예전에 유행했던)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운다’는 글의 결론처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회사를 테크 회사라고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근데 사실 그건 10년도 더 전의 이야기라서요. 요즘에도 같은 이야기를 하긴.. 좀 어렵겠습니다.


IBM과 테크 중심의 생태계

50년 전만 하더라도 이 질문에 답을 내리는 것은 아주 쉬웠습니다. 세상에 테크 회사는 IBM 뿐이었고, 나머지 회사는 다 그냥 IBM의 고객사일 뿐이었으니까요. 뭐 약간 과장이 섞였습니다만, 얼추 사실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IBM은 하드웨어(당시에는 시스템/360이었죠)뿐 아니라 OS와 응용프로그램을 포함한 소프트웨어까지 만들었습니다. 나아가 교육/ 유지보수/ 최적화까지 서비스로 제공했죠. 가히 ‘테크’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고 봐도 무방했죠.

금융업, 제조업, 소매업, 군수업 등 모든 산업이 IBM ‘테크’의 혜택을 봤습니다. 회계, 경영관리, 문서관리, 정보 관리 등 수기로 작업하던 모든 업무의 효율성은 극단적으로 증가했고, 새로운 사업들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산성이 증가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겼다고 해서 JP모건, GE, 시어스 같은 곳 까지 테크 회사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테크는 여전히 전체의 한 조각에 불과했습니다. 테크는 꼭 필요한 요소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도입했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 더 좋은 테크를 도입해서 생기는 차별화는 별로 없었습니다. 물론, 도입하지 않았을 때의 단점은 치명적이었겠지만요.

IBM은 달랐습니다. IBM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가 모두 테크였습니다. IBM 스스로가 하나의 테크 생태계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죠.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 서비스를 모두 연결해 구독모델로 제공했는데, 이건 오늘날 대부분의 회사들이 채택하는 SaaS의 접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50년전에는 ‘테크 회사가 된다’라는 것의 의미는 ‘IBM이 된다’라는 것과 같았습니다. 기술 기반으로 생태계를 만들고 플레이어들을 참여시키고 있던 곳은 IBM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VC와 한계비용 제로

IBM은 80년대 PC 시장을 개척하며 OS를 마이크로소프트에게 공급받았습니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OS를 공급받는 비용을 낮춰야만 했고, 대신 소유권을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이전받지는 않았습니다. 덕분에 IBM은 향후 15년간 PC 시장의 주도권을 놓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딜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추구했던 전혀 다른 성격의 비즈니스를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IBM의 구독 모델이 가능했던 이유는, (하드웨어인) 메인프레임을 만드는 회사가 전반적인 기술 지원까지 제공함과 동시에 그걸 하나의 상품으로 묶어 판매함으로써, 고객들의 지속적인 계약 유지를 유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68년 미 정부의 반독점법 소송은 IBM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각각 판매하는 구조로 바꾸게(언번들링) 했습니다. 그 결과, 건별로 비공식 채널에서 판매되며 저작권의 그늘에 있던 소프트웨어 시장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80년 미 의회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저작권법의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소프트웨어 라이센스’라는 개념이 생겼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은 (그 산출물에 대해) 법적인 지위를 갖는 동시에 불특정 다수의 개인과 법인에게 소프트웨어의 이용 권한을 판매하는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래서, 하드웨어를 판매하지 않고서도 그 위에서 돌아가는 윈도우나 비주얼베이직 등의 소프트웨어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테크 회사들이 특별해지는 또 하나의 새로운 면이 정립됩니다. 소프트웨어의 한계비용은 0에 수렴한다는 특성입니다. 물론 이게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을 갖게 했던,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칩셋’들이 한계비용 제로의 속성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칩을 설계하고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초기비용을 투입하고 나면, 칩 하나를 더 찍어내는 것 자체에는 사실상 별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여기에 VC가 생기며 만들어진 자본주의의 도구들이 숨어있습니다. 대박날 만한 제품에 먼저 자금이 제공되고, 제품이나 회사가 성공한 이후에 그 수익을 거대하게 회수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해진 것이죠.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IBM이 있던) 뉴욕 북부가 아닌, 서부의 실리콘밸리로 모여들었던 계기가 있습니다. 당시 벨 연구소에서 트랜지스터를 발명했던 멤버 중 하나인 윌리엄 쇼클리는, 연구소를 나와 새로운 반도체 회사를 차립니다. 그의 고향이기도 하고, 나이드신 어머니를 모시기 편한 팔로알토 근처였죠.

그의 경영 방식은 괴팍했고, 함께 하던 멤버들(배신자 8인이라고도 알려져있습니다)은 결국 윌리엄을 떠나 다른 반도체 회사를 차리게 됩니다. 그들은 회사에 ‘페어차일드 반도체’라 이름 붙였습니다. 그리고 그 멤버들은 후일 예순 다섯 개의 스타트업을 또 만들죠. 그 중 한 회사가 바로, 인텔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현대적인 VC 모델이 처음 만들어진 곳은 인텔이었습니다. 아서 락은 1만 불의 사재를 출연하고, 지인들을 설득히 250만 불의 자금을 더 모아 인텔에 투자했습니다. 3년 뒤, 인텔은 무려 823만 불의 시가총액으로 상장하게 되죠. 요즘이야 그 타임라인이 좀 더 긴 편이지만, 기본적인 방식은 동일합니다.

한계비용이 매우 적은 모델의 회사를 설립해 VC로부터 자본을 모으고, 크게 성공해서 VC들에게 거대한 수익을 돌려주는 거죠. 다시 말해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칩셋이 아니라, (한계비용 제로의 강점을 극한으로 밀어붙일 수 있게 해주었던) VC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소프트웨어 업계는 생길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VC는 테크 회사에 투자합니다. 그리고 테크 회사는 한계비용 제로라는 특성 덕분에 투자자들이 상상하기 힘든 투자 수익을 상상하고 실현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독 모델

테크 업계 역사상 가장 저평가된 시기가 있다면 언제일까요. 저는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서 설치해 쓰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이 주도했고 하드웨어는 IBM, 썬, HP, 델이 주도했죠. 이 시기 테크 회사들은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처음 구매/설치할 때의 선불금, 그리고 서비스를 사용할 때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드문 편이지만, 대형 장치 산업에서는 흔한 모델이죠.

하지만 일반 소프트웨어는 한계비용이 제로라서, 선불금이 사라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1년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업데이트하며 구독 모델을 강하게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 역시, 몇 년 만에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할 라이센스를 영구 소유하느니 매달 사용하는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기업들은 자본비용으로 투입되던 선불금 예산을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훨씬 유연하게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력이 늘어남에 따라 비용을 추가로 내거나, 인력이 줄어들면서 낭비되는 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줄어든 셈이죠.

한편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입되는 선불 투자 비용을 한번에 지불하는 것보다는, 정기적으로 지불하는 방향으로 변경합니다. 고객들이 돈을 내지 않는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 이것은 (현금흐름 측면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방향이자, 마이크로소프트의 내부 개발 일정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옵션이 되었습니다.

이런 모델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초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IBM이 수십 년 전에내놓은 모델이죠. 관리회계 측면에서 보자면 감가상각이 자본 지출로 긴 기간 동안 상각되기 때문에 IBM의 모델이 더 합리적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접근이 특별한 것은, 제공하는 제품이 점점 업그레이드 된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실제로 한 번 구매한 뒤 감가상각이 일어나는 유형자산이나, 특정 버전만 지원하는 라이센스의 소프트웨어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돈을 낸 제품이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것은, 오늘날의 소프트웨어 업계라면 사실 특별할 것도 없는 내용입니다. 테크 회사라면 당연히 지속적인 개선과 매출원가를 동시에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죠.


세일즈포스와 클라우드 컴퓨팅

마이크로소프트의 고객들이 엔터프라이즈 라이센스의 혜택을 보면서,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처음 한 번은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치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을 (보통은 기업의 총무/IT부서 직원들이)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98년 설립된 세일즈포스는 구독 모델의 이점을 유지하면서, 돈 들고 짜증나는 긴 설치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고객들은 세일즈포스의 서버에 접속하는 것 만으로도 세일즈포스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세일즈포스는 이걸 ‘노-소프트웨어’라고 불렀습니다. 소프트웨어라는 것 자체가 꽤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어떤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각각 유통하고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세일즈포스는 하나의 보편적인 소프트웨어를 누구든 언제나 어디서라도 접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서버를 돌리고 통신망을 확보하는데 고정비를 꽤 써야만 했지만, 결국은 고객들에게 지불되는 초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됩니다.

덕분에 테크 회사들은 규모의 경제에 대해 다시 그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고객에게 (매월)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 뿐 아니라, 거대한 중앙 관제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 역시 중요해졌죠. (물론 아마존의 AWS는 이 비용마저 효율화시키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이로 인해 테크 회사의 또 하나 새로운 특성이 정의됩니다. 고객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매출을 올릴 뿐만 아니라 비용을 각 고객에게 배분하기 때문에 (비용적으로) 더 효율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도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아틀라시안과 거래 비용 제로

여전히 세일즈포스는 덩치가 있는 회사를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습니다. 반면 최근 10년간 큰 변화를 불러온 것은 프리미엄(freemium)과 셀프 서비스 모델이죠. 이 모델의 기원은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00년대 초반의 테크 업계는 시련의 시기였습니다. 닷컴 버블이 터졌고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세계 어디에서도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죠. 호주의 시드니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01년 스콧 파퀴하르와 마이크 캐논브룩스는 정장 안입고 일하면서 연봉 3.5반 불을 벌어보겠다고 스타트업 아틀라시안을 차렸지만, 영업 인력을 고용할 돈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협업 소프트웨어인 지라Jira를 만들었지만 팔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웹에 시험판을 올려서 아무나 쓸 수 있게 만들고, 풀 버전을 쓰고 싶은 사람은 돈을 내도록 하는 모델을 내놓았습니다.

사실 이것도 새로운 개념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쉐어웨어shareware”나 “트라이얼웨어trialware”라는 개념들이 80년대 부터 존재했으니까요. 특히 게임에선 많았죠. 하지만 아틀라시안은 적절한 시기에(당시는 애자일 방법론이 막 폭발적으로 채택되던 시기였습니다), 적절한 자리에(애자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를 판매) 있었던 덕에, 그 모델을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굴릴 수 있었습니다.

아틀라시안의 모델은 1) 한계비용 제로(소프트웨어를 유통하는데 비용이 들지 않죠)와 2) 거래비용 제로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웹과 기본적인 결제 모듈 덕분에 아틀라시안은 고객사들과 별도로 미팅할 필요도 없이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아트라시안의 영업사원은 이후 몇 년동안 이탈률을 낮추는 과제에만 집중했습니다. 모든 인바운드 영업은 고객사들이 알아서 찾아온 건들이었죠.

아틀라시안의 모델은 세일즈포스의 클라우드 모델과 결합되어서 오늘날 SaaS 기업들의 근간을 구축했습니다. 고객은 이메일 주소만 넣으면 시험판을 테스트해볼 수 있고, 신용카드만 있으면 결제할 수 있습니다. 무료로 사용해보고, 구매가 쉽고,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접속가능하다는 점. 이 점 역시 테크 회사의 특성이 되었습니다.


오프라인 세계에도 적용될까?

자 그렇다면 봅시다. 부동산이나 운동기구 처럼 오프라인 세계와 뗄 수 없는 위워크, 펠로톤과 같은 회사들이 테크 회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먼저 앞서 다룬 소프트웨어의 핵심 요소를 다시 정리해봅시다.

  • 소프트웨어는 생태계를 만든다
  • 소프트웨어는 한계비용 제로의 특성을 가진다
  • 소프트웨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된다
  • 소프트웨어는 무한한 활용도를 가진다
  • 소프트웨어는 거래비용이 들지 않는다

어떤 회사가 테크 회사인지 아닌지는, 그들의 비즈니스가 얼마나 소프트웨어의 핵심 요소에 기대는지 또는 오프라인 세계의 특성에 따라 제한되는지에 따라서 판단해 볼 수 있겠습니다. 넷플릭스를 생각해볼까요? 넷플릭스는 전통적인 산업인 티비나 영화관과 경쟁하지만, 테크 회사라고 간주됩니다.

  • 소프트웨어가 만든 생태계는 없습니다.
  • 넷플릭스의 쇼들은 한계비용 없이 유통되고, 유통업자(퍼블리셔)에게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습니다. (망 사용료는 꽤나 내겠지만요)
  • 넷플릭스의 제품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개선(업데이트)됩니다
  • 넷플릭스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관에 비하면 소프트웨어는 무한히 확장할 수 있죠
  • 넷플릭스는 모든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와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내년에 IPO가 예상되는 에어비앤비도, 호텔들과 경쟁하기는 하나 테크 회사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 소프트웨어로 호스트와 손님의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 에어비앤비의 회계 장부상 매출은 최소한의 한계비용에 기댄다고 말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에어비앤비 매출의 86%가 호스트에게 지급됩니다. 실물 자산을 가볍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거래액의 대부분을 오프라인 세상의 비용이 되네요
  • 에어비앤비의 플랫폼은 점점 발전합니다. 리스팅도 점점 늘어나요.
  • 에어비앤비는 전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무한한 활용도죠.
  • 에어비앤비의 서비스는 다 고객들이 알아서 이용합니다.

에어비앤비와 동일하게 공유경제 모델이라고 이야기되곤 하는 우버 역시 핵심 요소들을 모두 만족합니다.

  • 소프트웨어로 운전자와 탑승자의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 에어비앤비처럼 우버도 매출이 최소한의 한계비용에 기댄다고 보고합니다. 전체적으로보면 라이더에게 매출의 80%를 지급합니다. 흠 글쎄요.
  • 우버의 플랫폼은 점점 발전합니다
  • 우버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영업합니다
  • 우버의 서비스도 고객들이 알아서 이용합니다

우버에 대해서는 거래비용이 정말 제로에 수렴하는지 의심이 듭니다. 우버의 운전자를 확보하고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보이거든요. 한계/거래비용 독립적인 구조를 만드는데는 낮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우버가 테크 회사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의 이야기하고자 하는 두 주인공에 대해 생각해볼까요. 먼저 위워크입니다.

  • 위워크는 지역에 관계 없이 고객사와 직원들을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연결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핵심 같지는 않아요. (위워크에 입점하는 회사들이 과연 소프트웨어 ‘때문에’ 들어왔을까요?)
  • 위워크의 매출은 비싼 임대료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 위워크의 서비스는 점점 개선될 여지가.. 있기는 합니다.
  • 위워크의 지점을 확장할 수 있는 지역은 제한적입니다.
  • 위워크는 고객 한 명을 받을 때마다 인터뷰를 해야합니다. 큰 회사들은 브로커에게 의존하고 있고요.

솔직히, 위워크를 테크 회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려워보여요. 펠로톤은 어떨까요?

  • 펠로톤은 통상의 소셜서비스 수준의 퀄리티,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강력하게 구축했습니다.
  • 펠트론은 앱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만, 더 나은 유저 경험을 위해서는 1만 불 쯤 하는 사이클이나 러닝머신을 사야 합니다. 한계비용 제로라고 말하기는 어렵겠네요. 하지만 한 번 그 허들을 넘으면 서비스 자체는 한계비용이 없습니다.
  • 펠트론의 제품/경험은 점점 발전합니다.
  • 크기, 무게, 설치 방법 등을 고려했을 때, 펠트론의 시장은 미국 중심입니다. 최근에야 영국과 독일이 추가되었습니다.
  • 펠트론의 디바이스는 사람이 설치해주어야 하네요

펠트론도 다섯가지 요소를 기준으로는 좀 애매한 감이 있습니다. 이 점에서는 애플도 그렇습니다. 하드웨어 기반이되, 소프트웨어로 차별화를 만드는 회사는 테크 회사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테크 회사라면 강조할 만한 요소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펠로톤과 혁신

‘테크’라는 단어는 오래되었어요. 실리콘밸리가 있기 한참 전부터 있었죠. 테크는 제품을 더 효율적으로 생상할 수 있게 하는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인류의 진보를 가능하게 했죠. 그렇게치면 경쟁에서 성공한 모든 회사들에게 테크 회사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습니다. 제품과 상관없이, 그들은 경쟁자들보다 더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을테니까요.

그렇다면 테크 자체는 예선 통과의 기준이라 봐야할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혁신기업의 딜레마> 중 한 대목을 볼까요.



“대부분의 기술은 제품의 성능 개선을 목표로 한다. 이를 지속기술이라 이름 지을 수 있겠다. 어떤 지속기술은 급진적이거나 단계적이지만, 반대로 어떤 것들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특성을 갖는다. 모든 지속기술은 이미 있는 제품의 성능을 개선한다는 특성을 공유하며, 역사적으로 주류 시장에서 고객들이 의미있다고 판단한 것들이다. 대부분의 기술적 진보 속에서는 지속기술을 발견할 수 있다.


혁신기술은 기존에 있었던 것과 전혀 다른 가치를 시장에 내놓는다. 일반적으로 혁신기술은 주류 시장에서 기존 제품보다 낮은 성능을 갖는다. 하지만 혁신기술은 주류에 속하지 않던 (새로운) 고객들의 가치에 부합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혁신기술에 기반한 제품은 통상적으로 저렴하거나, 간결하거나, 작거나, 사용성이 좋다.”

지속기술은 기존의 회사를 더 강력하게 만들어주지만, 경쟁 구도 자체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어떤 기술을 도입함으로 인해 현재의 사업 구도를 특별하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강화할 뿐이라면 그 회사를 테크 회사라고 부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당시 IBM의 고객사들은 요즘 SaaS를 사용하는 회사에 비하면 테크 회사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혁신기술은 이전에 불가능했던 것들, 불가능한 가격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펠로톤이 (위워크와 달리) ‘테크 회사’라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멋진 피트니스와 비교하면 펠로톤은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넓은 확장이 가능합니다. 스크린을 보고 달리는 것이 강사나 다른 회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달리는 것만은 못하겠지만, 새로운 고객 기반을 열어 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접근은 기존의 피트니스들이 하지 못했던 확장을 가능하게 합니다. 한 번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 무한대로 반복할 수 있습니다. 펠로톤은 테크로 인해 공간 뿐 아니라 시간도 디지털화 했습니다. 이 정도면 테크 회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 그래서, 00은 테크 회사일까?

테크 회사에 대한 이 정의는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우버에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나 신뢰 등, 경쟁하는데 필수적인 것들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디지털화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위워크도 이것에 성공했을까요? 위워크를 독특한 회사라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례 없이 거대한 자본에 접근해서 그렇다 정도가 아닐까요. 특별하긴 합니다. 하지만 테크 회사라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테크 회사가 된다는 것이 성공을 보장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테크 회사가 되는 것의 저주가 있다면, 거대한 가치를 만드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그것을 자신의 과실로 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펠로톤의 하드웨어는 (이미 자신만의 프리미엄 하드웨어로 성공을 거둔) 애플과 같은 이점을 지닙니다.

우버의 모델, (핵심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차량을 공유하는 모델도 매력은 있습니다만, 글쎄요. 이익을 낼 만큼 충분한 덩치를 만들었을까요? 에어비앤비가 상장을 신청하며 공개할 숫자들은 충분히 단단하려나요? 상장할 때 멋져보였던 펠로톤의 숫자들은, 그냥 소프트웨어를 붙였다는 이유로 하드웨어에 마진을 엄청 붙여 판매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려나요?

이렇다 저렇다 정의내리는 것으로 미래를 알 수는 없습니다만, 세상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됩니다. 소프트웨어는 어느 회사에서나 쓰긴 합니다. 하지만 ‘테크 회사’는 소프트웨어로 인해 완전히 새롭게 변화한 회사입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로 인해 그들의 장기적인 지향이 바뀐 곳이기도 하죠.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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