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검색, 가두리에서 열린 양식장으로

네이버가 새로운 검색 서비스를 발표했습니다. ‘인플루엔서 검색‘이라는 서비스에요. 네이버 검색 결과에 인플루언서가 유투브/인스타그램 등의 다른 플랫폼에 올린 컨텐츠를 노출해줍니다. 그냥 검색되는게 아니라, ‘파리여행’, ‘색조메이크업’ 같은 키워드에 인플루언서가 직접 컨텐츠를 큐레이션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더불어 인플루언서들의 채널을 모아보는 ‘인플루언서홈’까지 만들어서 노출 효과를 극대화해주는 검색입니다. 한동안 변화가 없던 네이버 검색 서비스에 오랜만에 발표된 소식인데, 그동안의 네이버 검색이 걸어온 길을 생각해보면 꽤나 큰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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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인플루언서들의 시대가 왔어요. 얼른 유튜브를 합시다.

네이버가 만든 질 좋은 양식장

전세계에서 자기만의 검색엔진을 가진 나라는 얼마 없습니다. 보통 구글이 점령했고, 예외적인게 한국의 네이버입니다. 네이버의 전략은 단순했지만, 강력했습니다. ‘한국어로 생성되는 모든 컨텐츠/정보를 네이버 안에서 만들고 유통되게 하자’. 그 전략을 착실하게 밀어붙여 직접 백과사전도 제공하고, 지식인, 블로그, 카페 등의 서비스를 만들어 한국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만들어 내, 전국민이 사용하는 검색 서비스로 거듭났습니다.

이바닥에서 크게 유행했던 글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단추, 이름은 네이버 (NAVER)‘에서처럼 비판 받을 부분도 있지만, 전국민이 지난 십수년간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찾고 이용할수 있었던건 네이버의 검색 덕분이었습니다.

고인물이 되어버린 양식장

하지만 네이버 검색도 영원하지는 못했습니다. 네이버 플랫폼 안에서 정보를 만들고 유통시킨다는 전략은 컨텐츠 생성과 소비의 채널이 네이버 밖으로 옮겨가면서 몇 가지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요즘 애들은 인스타나 유튜브에서 검색한다’는 말처럼, 사람들은 더이상 네이버(블로그)에서 정보를 찾지 않습니다. 인스타나 유튜브 궁금증을 해결하고, 맛집을 찾습니다.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도 네이버 블로그에 광고글을 올렸다고 욕먹는것보다, 인스타나 유트브에서 당당하게(?) 광고를 붙이거나 받으면서 컨텐츠를 올리는게 더 많은 유저를 만날 수 있고,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이 되었습니다. 저도 맛집을 찾을때는 인스타를 열고 #성수맛집 #성수카페 를 검색하지, 네이버를 열지는 않네요.

컨텐츠의 신뢰성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백종원님이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한 이야기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장모님이 백종원 갈비찜 레시피를 검색했는데, 내가 해준 맛이 안나더라. 알고보니 백종원이 알려준 적 없는 레시피가 돌아다니더라.” 검색이라는 것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생명인데, 신뢰할 수 없고 검증되지 않은 컨텐츠가 진짜처럼 돌아다닙니다. 그러니 좋은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하나 둘 네이버를 떠나게 됩니다.

게다가 네이버의 간판과 같았던 ‘실시간 검색어’가 오염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려주는 동시에, 상위에 랭크되면 큰 트래픽을 자연스럽게 보장하기도 했던 실급검이 일부 업체들의 프로모션이나 정치적인 활동에 휘둘립니다. 그러니까 누군가 힘을 좀 쓰면, ‘이게 모두의 관심사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러니까, 네이버는이제 컨텐츠가 만들어지지도 않고, 있는 것도 믿을수가 없으면서, ‘인기 있다’는 것은 조작(?)이 가능한 공간이 되어버린것입니다. 검색 서비스로서는 치명적인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좋지만, 애매한 대안들

그렇다고 인스타나 유튜브, 구글이 완벽한 대안인가 하면 또 그렇진 않습니다. 인스타에서 해시태그로 맛집을 찾을 수 있지만, 사진만 보면서 파악해야 하거나 하나하나 눌러보면서 정보를 찾는게 좀 귀찮습니다. 맛집 발굴 잘하는 사람들의 계정을 팔로우하지만, 막상 먹으러 가야 할 때는 ‘누구꺼에서 봤더라…’ 생각이 잘 나지 않아요.

유튜브 검색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아재가 되어버려 그런것일지도 모르지만… 동영상으로 검색하는건 뭐랄까, 정보를 찾는데 좀 어렵습니다. 텍스트로 정리된 정보는 슥슥 스크롤하며 필요한것만 캐치할 수 있는데, 영상 컨텐츠는 언제 필요한 부분이 나오나 다 봐야합니다. 10분짜리 영상을 봤는데 원하는게 안나오면 그렇게 억울할수가 없어요.

구글 검색도 많이 사용한다지만, 글쎄요… 구글 검색은 일할때나, 정확한 정보를 찾을때나 필요합니다. 생활에 필요한 정보는 그다지 많이 쓰지 않는것 같아요.

새로운 대안들이 좋다고는 하지만, 막 완전 갈아탈만큼 편하지는 못하네요. 우린 네이버에 너무 길들여졌던걸까요?

그래서 네이버가 내놓은 검색. 인플루언서 검색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인플루언서 검색’을 내놓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여태까지 네이버가 유저 트래픽부터 검색, 컨텐츠 제작 플랫폼까지 웹 정보를 수직계열화 했다면, 이제는 잘 안되는 컨텐츠 제작은 버리고 ‘트래픽과 검색’에 집중하자는 선택을 내린것 같아요.

사실 네이버도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보지 않은건 아닙니다. 인스타를 닮은 폴라라든가… 네이버TV도 유튜브를 따라잡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알고리즘으로 기사를 뿌려보는 디스코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왜인지 다 실패로 끝나고 말았죠.

새로운 전략에서 네이버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유저 트래픽을 부어주고, 사람들이 관심가질만한 주제를 큐레이션 할게요. 인플루언서들은 직접 좋은 컨텐츠를 소개해주세요. 돈은 원래 벌던 플랫폼에서 벌어가세요.’ 이 구조가 잘만 돌아간다면, 네이버는 좋은 컨텐츠를 찾아 떠나는 유저를 다시 붙잡아 올 수 있고, 인플루언서들은 채널을 홍보하기 위한 노력을 효율화 할 수 있습니다. 유저들은 필요한 정보를 더 잘 찾아볼 수 있게 되구요. 모두가 행복하겠네요.

게다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네이버는 검색 결과에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다양한 SNS 결과를 모아서 보여줍니다. 유명한 인플루언서들도 쫙쫙 끌어모아서 미리미리 컨텐츠를 큐레이션하고 있겠죠? 그리고 여기서 네이버의 숨겨둔 실력이 발휘됩니다. 바로 큐레이션이에요.

네이버 포털에는 수많은 컨텐츠들이 있습니다. 그 컨텐츠들의 일부분은 알고리즘이 배치하겠지만, 대부분은 운영 직원들이 고르는 컨텐츠들입니다. 힘이 좀 빠졌다지만, 전 국민이 궁금한걸 입력하는 검색창에 들어온 쿼리 정보와 지난 십수년간 유저들이 관심가질 만한 정보를 큐레이션 해온 노하우라면 사람들이 필요로할만한 주제를 알고리즘보다 더 귀신같이 찾아낼 수 있을거에요. 그래서 인플루언서 검색에서도 키워드는 네이버가 제시하고, 컨텐츠는 인플루언서가 큐레이션하는 모델을 도입했어요.

인기 키워드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엄청날거같아요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하지만, 대부분 좋아하는 방향의 컨텐츠를 추천해주는 것만 잘합니다. 그래서 추천이 대단하기로 유명한 스포티파이나 넷플릭스도 인간지능 큐레이션 모드를 실험하고 있어요. 한국은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관심가질만한 주제를 발굴하고 관리하는건 더 쉬운 일이지 않을까요?

검색하지 않는 세대

이 이야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검색을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을때 말이 됩니다. 요즘은 매일매일 검색을 하는게 당연하지만, 웹이라는게 생기기 전에는 ‘검색한다’는 말을 언제 썼을지 상상이 되시나요? 그러니까 적극적으로 ‘검색’하는 행위는 인류의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긴 습관일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이나, 책, 잡지, 뉴스, 티비 등 주변의 소스에서 쭉 뿌려주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취사선택하는게 더 익숙합니다. 이 익숙함…어디선가 본 익숙함인가요?

유튜브나 페이스북 피드, 인스타그램(의 발견 탭)등에서는 대부분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컨텐츠를 더 많이 보게 됩니다. 유튜브 영상을 하나 시작하면 뒤에 이어지는 컨텐츠를 쉬지않고 보는게 점점 당연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런 알고리즘의 추천이 문제를 사회를 방향으로 몰아가는 문제가 생기기도 하죠. 어쩌면 미래의 세대들은 능동적으로 뭘 찾을 필요 없이, 알고리즘이 알아서 필요할 때에 적절한 정보를 찾아주는 세상을 살게 될지 모르겠네요. ‘뭔가 필요하면 검색창을 연다’가 먹히지 않는 세상이죠. 그런 세상이 온다면 지금의 고민은, 뭐… 철을 쓰게될 날은 상상도 못하고 돌을 쪼개고 갈던 시대를 떠올리게 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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