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에 몰린 에어비앤비?

원래 올해 상장 예정이었습니다. 실적은 계속 나아지고 있었죠. 공유경제의 동기(?)들이었던 우버나 위워크보단 견실할 거라는 의견들도 있었죠. 아니 그런데 코로나 이슈로 인해 지금 모든 것이 다 꼬였습니다.

실적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현금 사정도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돈 주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비싼 이자를 주고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세계 1위 숙박서비스, 에어비앤비의 이야기입니다.

코로나 이슈가 특정 국가를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항공/여행업계에 직격이 될 것임은 자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바닥 1위 업체라 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는 당연히 그 예외가 될 수 없었죠. 3월 말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극단적인 자구책을 도입합니다. (출처: 디인포메이션)

  • 공동창업자 3명의 올해 급여 전액 삭감
  • 임원진의 급여 50% 삭감
  • 연 8억 불 규모의 모든 현금성 마케팅 중단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던 듯 합니다. 원래 영업이익을 보고 있지 못하던 거대한 스타트업인지라, 에어비앤비의 캐시번은 꽤 되었던 모양입니다. 매출이 곤두박질치면서 더욱 꼬였겠죠. 에어비앤비의 예약 건수는 급감했습니다. 환불요청과 취소수수료를 위해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돈도 컸을테고요.

그래서 지난주 에어비앤비가 무려 10%의 고금리로 10억 불의 기업대출을 받았다는 뉴스가 있었는데요. 이번에 또 10억 불을 더 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LIBOR로 10%에 육박하는 고금리이고, 지난 대출보다 더 순위가 높은 선취물권(first-lien) 기업대출이에요. 지난 대출 라운드에 참여했던 실버레이크를 포함한, 블랙록 등의 거대 펀드들 20개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고 합니다. 총 20억 불, 우리 돈으로는 2.4조 원 정도를 조달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블룸버그)


하나 더 뼈아픈 내용. 이번 대출은 단순 대출이 아니라 자본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졌는데요. 안그래도 지난 4월 3일,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가 2017년의 310억 불에서 260억 불로, 16% 하락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그 기업가치가 다시 180억 불로 조정되었습니다. 열흘 새 30.8%가 하락한 셈이고, 2017년의 가치를 감안하면 42%가 하락한 것이죠. 코로나 이후 스타트업들에게 찬 바람이 불 것이다는 말마따나, 가장 선두에 있던 에어비앤비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비상장 테크기업 밸류 탑10 (출처: CB인사이트)


허리띠를 꽉 조여매고 밸류를 양보하면서까지 급전을 조 단위로 크게 끌어오면서 급한 불은 껐습니다만, 앞으로의 상황도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시장 자체가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점을 지나고는 있다고는 하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쩌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국가간 출입국 제한은 쉬이 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재난상황을 계기로 인종차별 등의 이슈들 역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여행 심리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이자 에어비앤비의 본진인 미국은 지금 유례 없는 국면을 지나고 있는 중입니다. 전체적인 소비가 크게 줄었고, 그 중 여행 관련 소비가 가장 크게 줄었습니다. 국내선 항공까지도 통제되고 있는 상황, 항공/숙박 관련 소비는 거의 90% 이상 줄어 상황이 심각합니다. 재난 국면이 어느 정도 통제된다고 하더라도, 실업이 급증하고 전체적인 경기가 위축되는 지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여행/레저 업계의 회복은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전년 대비 미국 소비자 지출 변동 (출처: 뉴욕타임즈)

더군다나 에어비앤비는 호텔 체인들과 달리 자산을 직접 소유/관리하는 사업체가 아닙니다. 아무리 가이드를 강화하고 예산을 추가 편성한다고는 하나 ‘왠지 모를 방역 리스크’를 완전히 헷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여행업이 살아나더라도, 불특정 다수가 관리하는 자산보다는 ‘빡쎈 업체로부터 관리 되는’ 자산을 가진 곳부터 먼저 살아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슷한 예산이라면 에어비앤비보다는 호텔을 찾는 것이 괜히 더 마음이 편한 법이니까요.

‘공유경제’ 에어비앤비는 전통적인 항공/호텔산업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실질적인 자산을 소유한다기보다는 강력한 브랜드와 팬덤, (그에 힘입어 펀딩해온) 자금력으로 만들어온 마케팅과 그로스 전략으로 ‘꺼지지 않는(정확히는 꺼지면 안되는) 양면시장’을 마치 용광로처럼 돌리며 성장해왔죠.

양면시장 전략의 핵심은 공급자 사이드도, 소비자 사이드도 ‘모두 돌고 있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중요한 건 공급자들이에요. 에어비앤비가 만드는 경제가 커지면서, 많은 공급자들이 부동산을 임대해 전문적으로 호스트를 하는 기업형으로 변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길어지며 이 기업형 호스트들이 임대한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영업을 중단/포기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네요.

‘양 쪽이 모두 돌고 있어야 하는’ 에어비앤비는 난감합니다. 언제고 돌아올지 모르는 소비자들을 기다리려면, 손실을 감내하고서라도 기업형 호스트들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 거죠. 에어비앤비가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으로 호스트들을 위한 긴펀드를 운영하겠다는 것이 바로 이 이유입니다. 용광로의 불을 꺼트리면 안되니까요.

용광로처럼, 한 번 꺼지면 다시 불을 지피기가 쉽지 않은 에어비앤비입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의 그 불 앞에 바람이 좀 세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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