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 형제 어셈블: 그들의 10억불 스튜디오 ‘아그보AGBO’ 스토리 (번역)

조 루소(좌)와 앤서니 루소(우)

루소 형제는 2019년 <어벤저스: 엔드게임> 이후 항상 같은 질문에 시달렸습니다. 그들이 계속 마블과 함께할지 말이죠. 그때마다 그들은 정중히 답을 피해왔습니다.

“늘 말씀드리고 있어요. 모두에게 가장 좋은 방향이 무엇인지 말이죠.” 조 루소가 10월 초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듯, 그들은 수년째 한결 같았습니다. “10년 정도는 저희가 마블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없을거에요.”

대신 루소 형제는 2017년, 파트너 프로듀서인 마이크 라로카와 함께 독립적이며 아티스트 친화적인 스튜디오 아그보AGBO를 설립했습니다. 그들만의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데 전념하기 시작했죠.

<엔드 게임>을 경험하며 펼친 거대한 야망은, 그들이 미래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선도하는 꿈을 꾸게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올해의 쇼맨’에 루소 형제가 선정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한국의 게임 공룡 넥슨처럼 이 업계 전통과는 거리가 있는 파트너를 찾았습니다. 넥슨은 지난 1월 아그보의 기업가치를 11억 불(1.5조원)에 평가하며 소수 지분을 매입했습니다.

아그보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의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처럼, 야심차고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와 함께합니다. 이 영화는 A24가 배급한 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글로벌 흥행 수익 1.01억 불)을 올린 영화이며, 오는 시상식 시즌에 가장 기대가 큰 영화이기도 합니다.

또한 루소 형제는 프랜차이즈 가능한 스토리텔링을 위해 OTT들과 글로벌 프로젝트도 같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넷플릭스의 첩보 스릴러인 <그레이 맨>(이미 시퀄과 프리퀄이 기획개발 중입니다)이나 아마존 프라임에서 공개 예정인 제작비 1.85억 불(약 2,500억 원) 규모의 스파이 시리즈 <시타델>처럼 말이죠. (인도와 이탈리아에서 각각 스핀오프 제작을 확정했습니다.)

아마존 스튜디오의 수장 제니퍼 살케는 전례없는 글로벌 스케일을 목표하는 <시타델> 프로젝트의 기획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 프로젝트를 유의미하게 이끌 만한 유일한 회사는 아그보였다고 말합니다.

“아이디어를 계속 크게 키워나가고, 글로벌 스케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에 있어서는 압도적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도, 제작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죠. 그들외의 대안은 없어요.” 살케는 덧붙입니다. “그들의 사고는 이미 글로벌 레벨입니다. 대형 프로젝트를 같이 기획하기에는 완벽한 파트너죠.”

이보다 중요한 것은 루소 형제의 비전이 할리우드의 현재가 아닌 미래를 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와 앤서니 루소는 관객들이 스토리텔링을 어디서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업계 최정상에서 최첨단의 기법으로 경험했고, 최고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리고 아그보를 설립했죠.

바로 이 지점이 다른 신생 인디 스튜디오가 절대 가질 수 없는, 루소 형제가 독보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합니다. 짜릿하죠. 우리는 미래학자나 마찬가지에요. 새로운 기술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신기술이 우리 작업 과정에 가져다줄 에너지, 소비자와의 새로운 소통 가능성을 사랑해요. 우리는 늘 새로운 시장을 만나왔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시장은) 늘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지금까지 성공해왔고 말이죠.”


크리스 프랫, 밀리 바비 브라운과 함께 다음번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SF 대작 <일렉트릭 스테이트>를 찍고 있는 애틀란타에서 루소 형제와 더 폭넓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좀 더 사색적인 형 앤서니(52)와 다소 수다스러운 동생 조(51)와 함께, 지금의 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지 않을지에 대해서 말이죠.

일단 <엔드 게임>은 첫 주말에 전세계 박스오피스에서 12억 불이라는 기록저인 수익을 올렸습니다. 다른 어떤 영화가 그런 폭발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일 같아요. 극장 영화 시대의 정점이었습니다. 그때 이미 기류가 바뀌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아그보를 시작한 때가 그때였어요.” 조가 이야기합니다.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엔드 게임>과 그들의 첫 번째 장편 영화인 실험적이며 컬트적인 메타 코미디 <조각들> 사이에는 거대한 갭이 있습니다. 이 코미디 영화는 루소 형제가 약 3만 불의 신용카드 대출을 받아 찍었습니다.

1997년 슬램댄스 영화제에 출품되었지만 그 반응은 미적지근했습니다. 당시 버라이어티는 ‘쓸데 없이 예술적이고, 모호할 뿐’이라고 평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이 작품의 원본 필름은 잃어버리기까지 했고요.

<조각들>을 좋게 본 거의 유일한 사람이 스티븐 소더버그였습니다. 그는 루소 형제에게서 반동적인 동질감을 느끼곤 만남을 추진했습니다. 루소 형제는 그들의 영웅 – 독립 영화에서 상업 영화로의 성공을 이루어내버린 – 으로부터 어떤 기똥찬 조언을 얻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들 마음 속의 뮤즈를 따라가라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반대였습니다. 소더버그는 그들이 <조각들>과 같은 인디 영화 만들기를 고집한다면, 절대 다른 영화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 얘기했다고, 조는 회상합니다. (이 일화에 대한 소더버그의 코멘트는 구할 수 없었습니다)

“충격적인 이야기였죠.” 조가 이야기했고, 앤서니는 고개를 끄덕였죠. 애틀란타에서의 그들의 최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푸실리 파스타를 먹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조는 먹지 않고 있었습니다. “촬영할 때면 저는 사실상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하루에 두개씩 먹거나 말이죠.”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애들 때문이죠. 걔네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그에게는 아이가 넷 있습니다. 앤서니에게는 둘이 있죠.)


시간이 흐르면서 루소 형제는 소더버그의 조언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좀 더 현실적인 커리어를 갖고자 한다면 그들의 (컬트적인) 감성을 더 주류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그런 고언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그것은 그저 단순한 촌평이 아니었습니다. 클리블랜드에서 나고자란 사람으로서, 루소 형제는 일종의 문화적 유전자를 가진 것과 마찬가지였으니 말이죠.

앤서니 루소

앤서니는 “저희는, 타고난 아웃사이더였습니다. 그냥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구제불능이었죠.”라고 말합니다. “클리블랜드 출신임을 부정할 수 없죠. 저희는 완전 클리블랜드 그 자체에요.”

(루소 형제의 이 똘끼는 그들의 회사 이름에도 새겨져 있습니다. 대학 시절 그들은 전화번호부에서 ‘고지 아그보’라는 이름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학교 신문에 제출한 스케치 코미디 대본에 실린 페이크 리뷰에, 그 이름을 실어버렸죠.) (역주: 고지 아그보는 조 루소가 출연할때 쓰는 가명이기도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루소 형제는 할리우드에 진출했습니다. 스티븐 소더버그와 조지 클루니가 제작한 2002년작 하이스트 코미디 <웰컴 투 콜린우드>를 쓰고 연출했죠. 그리고 TV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첫 번째 메이저 데뷔인 시트콤 <못말리는 패밀리>의 파일럿 에피소드를 연출했습니다.

코미디 상에서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그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을 속셈이었습니다. 보수적인 폭스의 20세기 TV는 반대했고, 싸워야 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2000년대 초만 해도 방송용 품질에 그다지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시트콤은 즉각 반응이 왔습니다. 한계를 밀어붙이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루소 형제의 크리에이티브 본능은, 이 흥행으로 더 불타올랐습니다. 하지만 TV에서의 성공가도는 (마블의 최고 경영자 케빈 파이기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NBC의 시트콤 <커뮤니티>의 34회 분량을 연출하는 것을 포함하더라도) 결국 어떤 늪에 빠진 느낌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계약이 묶이고, 기획개발에 들어가야 하는 책임이 이어졌기 때문이죠.

“몇년 동안 제작사와 거래를 해왔습니다만, 매년 끊임없이 에이전트에 전화해서 ‘이거 말고 다른 거 할 수 없나요’라고 말했습니다.” 조는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제작사는 계속해서 계약을 맺어왔고, 우리는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또 제작사들의 입김과 변덕에 휘둘릴 수 밖에 없었죠.” 앤서니는 덧붙였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부문 총책임자인) 스콧 스투버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제작을 위해 아그보와 루소 형제를 영입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2006년 오웬 윌슨 주연의 영화 <유, 미 앤 듀프리>에서부터 루소 형제와 함께 일했습니다.

스투버는 이미 그들의 포부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걷기도 전에 뛰고 싶어하는 야망으로 가득합니다. 그들은 매번 위기 때마다 낙관적이에요. 늘 이런 느낌이죠. ‘그래 내일 우리는 또 어떤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을까?’”


클리블랜드 출신과 이탈리아계의 정체성. “아버지는 시칠리아, 어머니는 아브루초 출신이에요.” 앤서니는 이야기합니다.

루소 형제는 기질적으로,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야 마는 피를 가졌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아그보를 설립하게 된 계기를 간단히 물었는데, 앤서니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이어갑니다.

앤서니는 이야기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조가 움찔했죠. “기본적으로, 마피아의 방식이에요. 맞잖아요?” “아 진짜, 저 입 좀 막아주세요.” 조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다급히 말합니다. “아 그런 얘긴 하면 안된다니까!”

조 루소

앤서니가 손을 휘저어 조를 말립니다. “아니 진짜 봐봐, 진심이라니까.” 그가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시칠리아는 현대사에서 11개의 다른 세력에게 침략 당하고 통제되었습니다. 마피아가 시칠리아에서 발생한 건 그래서였죠. 그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외부 세력으로부터 독립해 존재하는 내부 시스템을 도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마피아는 변명의 여지 없이 타락한 건 맞아요. 제가 이야기하는건 지금의 마피아가 아니에요.”

“그럼 고상한 마피아를 이야기하시는건가봐?” 조는 이내 포기하며 어깨를 으쓱합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앤서니는 이어갔죠. “이에 대한 책들도 아주 많아요. 우리가 속한 세계는 우리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독립적인 생태계를 만들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루소와 일했던 모두는 그 둘이 얼마나 다른지 금방 알아차립니다. 아마존 오리지널 <시타델>의 주연 프리얀카 초프라는 이야기합니다.

“조는 1분에 500마일을 달리는 것 같아요. 한 영화의 포스트 프로덕션을 다루면서 새로운 다른 영화를 준비하고, 동시에 뭘 먹을지 맛집도 찾는걸 놓치지 않죠.” “앤서니는 좀 더 내성적이에요. 하지만 사고의 속도가 엄청나죠. 여러분이 그와 이야기하는 순간, 그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체적인 계획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알아챌거에요.”

하지만 루소 형제가 실제 감독 일을 하는 것을 보다보면, 때로는 하나의 의식이 우연히 두 개의 몸에 들어간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갖습니다.

<일렉트릭 스테이트>의 촬영을 시작한지 2주, 둘은 세트 옆 작은 텐트에 웅크리고 앉아 크리스 프랫이 맡은 ‘키츠Keats’라는 이름의 밀수꾼과 마샬Marchall이라는 위협적인 드론 사이의 대결을 다루는 씬을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마샬은 모션캡처로 연출되었습니다. 목소리는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담당하죠)

첫 테이크 이후, 앤서니는 말없이 모니터를 보고 있었고 조는 폰을 꺼내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 테이크가 있고, 앤서니가 ‘리코일recoil(반동)’이라 중얼거렸죠.

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드론을 향해 총을 쏠 때의 반동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크리스 프랫에게 디렉션을 주기 위해 걸어갔죠. 세번째 테이크, 이번에는 앤서니가 조와 아무 이야기 없이 텐트에서 나왔습니다. 사운드 스테이지 바닥을 덮은 먼지 때문에 기침하는 크리스 프랫에게 다가갔죠.

“감독이 둘이라고 느껴지지 않아요.” 크리스 프랫이 촬영 사이 휴식 시간에 말합니다. “하나의 목소리에요. 그저 입이 두 개일 뿐이죠.”

그 뒤 촬영장에서 그들 사이 텔레파시에 대해 물었습니다. 앤서니는 그저 웃기만 했었죠. “그냥 우리는 둘 중 덜 피곤한 사람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농담을 합니다. 오래 함께 했잖아요. 의사소통 없는 의사소통. 우린 가능합니다.”


아그보의 작업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있다면, <일렉트릭 스테이트>일 것입니다.

이 작품은 스웨덴의 아티스트 시몬 스톨렌하그의 그림책이 원작입니다. 각본을 쓴 크리스토퍼 마커스와 스티븐 맥필리는 루소 형제의 마블 작품 네 작품을 모두 같이했고, 아그보에서 스토리 부문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죠.

2018년 출간된 스톨렌하그의 책은 90년대 중반 미국 시골 지역을 가로지르는 한 소녀와 로봇 사이의 어떤 감상적이며 불안한 심상을 다룹니다. 미국 내 벌어진 로봇 내전의 폐해도 다루고 있죠.

책의 서술은 여기까지 뿐입니다만, 루소 형제는 밀리 바비 브라운이 연기한 소녀를 중심으로 큰 서사를 가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거대한 세계관의 가능성을 본거죠.

“세계관이 정말 컸습니다. 그 안에서 다른 이야기를 찾는게 수월할 것 같았죠.” 조는 이야기합니다. “이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야 할까요. 그런 질문에 대답해가는 과정이, 우리의 스토리텔링 역량을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마블에서의 10년은 루소 형제와 아그보에 핵심적인 경쟁 우위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하나의 영화를 히트시키는 것 뿐아니라 속편과 스핀오프을 만들어가는 생태계를 경험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부서 – 루소 형제의 동생이자 아그보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담당자인 안젤라 루소가 이끄는- 에는 존재하는 모든 프랜차이즈의 서사 스레드를 추적하는 ‘신화 코디네이터’가 있을 정도입니다)

마블에서 MCU를 작업하며 루소 형제가 얻은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은 특히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과 같은 거대 신흥 미디어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더욱 효과적입니다. (디즈니, 워너 같은) 할리우드의 레가시 스튜디오들이 독점한 프랜차이즈가 아닌, 새로운 프랜차이즈 전략을 펼 수 있게 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하는 일이 그저 오리지널 영화를 만드는 일이지만 말이죠.” 넷플릭스의 영화 부문 수장 스투버가 이야기합니다. “유기적으로 엮여 확장되는 세계관,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다시 보게하는 캐릭터가 있는 영화, 그런걸 만들 수 있을까요? 세계관과 캐릭터. 사람들은 이들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일종의 이야기 근육을 갖고 있어요 – 좋아, 이 세계관은 어디서 어디까지 덕질이 가능하지?- 의 근육을 말이죠. 물론 언제나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있죠. 세계관의 첫 레퍼런스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바로 그것 말이죠.”


스콧 스투버가 아그보와 연결된, 루소 형제의 유일한 친구 혹은 동료인 것은 아닙니다.

조 샐다나는 작가이자 감독인 프랭크 E 플라워스의 해적 스릴러 시대극인 <더 블러프> 프로젝트의 배급처를 찾고 있었습니다. 프랭크 E 플라워스가 자매인 마리엘, 씨즐리와 함께 세운 회사 ‘씨네스타’에서 제작 중이었죠. 조 샐다나는 <인피니티 워>와 <엔드 게임> 당시 루소 형제와 함께 했던 것을 떠올려 그들을 찾았습니다.

“그 둘이 제 눈을 빤히 쳐다보더군요. 그들이 눈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죠. ‘당신이 한다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꼭 이렇게 우리를 어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우리는 당신 편일테니까요.’” 샐다나는 덧붙였습니다. “루소 형제는 그들의 작업을 함께할 수 있는 배우들과 견고하고 강력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저 그런 관계가 아니라 진심이에요. 제작자이자, 각본가이며, 감독으로서 말이죠.”

루소 형제는 마블에서 같이 했던 담당자들을 그들의 프로덕션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일렉트릭 스테이트>의 편집을 맡은 제프리 포드와 촬영감독 제프리 할리는 이 영화의 수석 프로듀서들이고, 그들의 첫 조감독이었던 크리스 카스탈디 역시 프로듀서로 함께합니다.

아그보의 첫 프로덕션 중 하나인 크리스 햄스워스 주연의 스파이 스릴러 <익스트랙션>은 크리스 에반스의 스턴트 연기자였던 샘 하그리브스가 감독으로 데뷔한 작품입니다. (모두 2023년에 속편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크리스 에반스는 기억에 남을 만한 빌런을 <그레이 맨>에서 연기하기도 했죠.

“우리가 마블에 끌린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것이었습니다. 패밀리. 사랑할만한 사람들, 사랑할만한 크리에이티브, 그리고 팀 협업.” 조는 말합니다. “우리는 항상 우리 주위에 커뮤니티가 있었습니다. 아티스트들과 크리에이티브, 우리는 그저 이들을 하나로 엮어냈죠.”

크리스 프랫에게, 루소 형제를 둘러싼 이런 커뮤니티의 감각은 그가 <일렉트릭 스테이트>를 선택하게한 첫 이유였습니다. “사실 올해 전 남은 시간은 쉬려고 했었어요.” 그가 말합니다.

“그들이 가진 모든 자질들 – 그들의 탁월함, 판단력, 아티스트로서의 비전, 그들이 주변 사람들을 더 위대한 프로젝트를 하게끔 독려하고 더 나은 사람들로 주변을 채워가는 그런 것들 – 너무 매력적이에요. 사실 그들이 얼간이라고 해도, 그들과 함께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요”

“하지만 알고보니 그들은, 진짜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정말 드문 일이에요. 아시잖아요? 그냥 일로 계속 만나게 되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끔찍하죠. 마지막까지 짜낸 주스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어쩌다 우연히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은 골치아플 때가 많아요. 하지만 루소 형제는 달라요. 그들은 그 과정을 정말 즐겁게 만들어갑니다.”

<일렉트릭 스테이트>가 2024년 공개될 때 관객들에게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면, 아그보는 이 작품을 더 넓은 세계관의 스토리로 확장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성공적인지 아닌지 아그보가 무엇으로 어떻게 알 수 있을거야 하는 것은, 뭐 당연하지만, 이 업계의 영원히 알 수 없을 미스테리일 수 있겠지만요.


<그레이 맨>. 넷플릭스는 이 영화가 그들 역사상 네 번째로 많이 본 (영어) 영화라고 밝혔습니다. 첫 28일 동안 1억 개의 계정이 이 영화를 봤다고 하죠. 루소 형제는 이것을 어떤 순수한 성공이라 바라보고 있습니다.

“1억 명의 사람들에게 어떤 같은 것을 보게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조는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외부의 누군가가 그것이 어떤 식으로 매출/비용 분석이 가능할지 묻는다면 어떨까요. 2억 불의 예산이 들어간 이 <그레이 맨>이 넷플릭스를 통해 정확히 얼마의 돈을 벌었는지 아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합니다.

스콧 스투버는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독자의 획득과 유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극장을 통해 더 광범위한 개봉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을 우회하죠. “우리는 이런 텐트폴 영화를 개봉할 때, 극장과 OTT 양쪽 모두에서 소비자들의 엄청난 니즈가 있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후 스투버의 상사이자 넷플릭스 공동대표인 테드 사란도스는 넷플릭스의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하기보단 OTT에서 주로 서비스될 것임을 재확인했습니다.)

8월에는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대표 데이비드 자슬라브가 이에 대한 이슈를 제기했습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텐트폴 영화를 OTT 서비스에서 독점 공개하는 것은 재무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면서, <그레이 맨>을 직접 언급했죠.

물론 이는 거의 완성 직전이던 HBO맥스 오리지널 <배트걸>을 취소하는 대신 세금 감면을 택한 자신의 악명 높은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주장한 것이긴 하지만요.


“그렇게 촉망 받았고 많은 돈이 들어간 프로젝트가, 하루아침에 취소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조는 경기 불황을 걱정하는 할리우드 사람으로서, <배트걸>의 허망한 취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슬픈 일이에요. 하지만 냉정하게, 지금 우리는 (불황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기업들을 냉혹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시기에 있는 것도 맞아요.”

루소 형제는 <그레이 맨>이 극장에 고작 일주일 밖에 걸리지 않은 것에 대해 의연합니다. “전 아이가 넷이에요. 그 세대 아이들의 행태에 대해 꽤 안다고 생각합니다.” 조는 이야기합니다. “그들이 극장에서 무언가를 보는 것에 대해 (우리와) 같은 감성을 갖고 있을까요. 아니에요.”

영화 관람 문화의 몰락, 시네마 산업의 위태로운 쇠퇴. 루소 형제는 <그레이 맨>의 프레스 투어를 하면서 극장이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유산이며 산업으로서 유의미하지 않다는 생각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시네마와 극장를 마치 하나처럼 생각하는 영화 매니아들은 루소 형제를 맹렬히 비난했죠. 하지만 루소 형제에게 이 반발은 놀랍지도 설득력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비난하는 상황이에요.” 조는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저희는 이 업을 25년 동안 해왔습니다. 그저 제가 본 것을 말씀드릴 뿐이에요. 시장은 달라졌습니다. 우리가 전에 해왔던 식으로 아트하우스 영화를 지원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아닐거에요.”

조는 이에 대해 일찍부터 이야기해왔습니다. 인터뷰 동안에도 그와 앤서니는 영화 관계자들과 싸우고 싶은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저 역시 극장이 번성하길 바랍니다. 나쁜 마음은 전혀 없어요.”

하지만 동시에 이제 소비자들이 점점 더 개인화된 매체와 스토리텔링에 끌리면서, 영화 산업 자체가 후퇴할거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루소 형제는 단호합니다.

“디즈니 사람들과 최근 이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우리와 같은 철학을 갖고 있더군요.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그들의 어떤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는 그런 ‘디지털 미래’로 향해가고 있다고 말이죠.” 조는 이야기합니다.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AI가 발전하고, 안경을 쓰지 않아도 볼 수 있을 3차원 디스플레이가 나타날테고, 딥페이크를 통한 합성이 일반화될거에요. 앞으로 등장할 기술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미디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바꿀 것입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거기에요.”


글로벌에서 화제였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아그보와 넥슨 사이의 투자와 제휴는 그래서 전략적으로 중요합니다. 넥슨의 영화&TV 부문 사장 닉 반 다이크가 2021년 루소 형제를 처음 만나 투자에 대해 논의할 때, 그는 루소 형제가 이 오래된 산업에서 하려고 하는 것과 그 의지에 놀랐습니다.

“야망과 겸손함이 섬세하게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첫 미팅에서 그들이 했던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더이상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영화를 보지 않아요.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의 마지막 세대인 우리는, 어쩌면 이미 이 게임에 좀 늦었는지도 몰라요.'”

이 제휴를 통해 일단 아그보는 넥슨의 게임을 콘텐츠화하고 넥슨은 아그보의 콘텐츠를 게임화할 수 있을테지만,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 제휴로 이들이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텔링에 대해 그 방법을 찾을 수 있는가가 아닐까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이제 전통적인 시네마에 국한되지 않을 겁니다.”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가 깊어질 수록 조는 열띤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그 매체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럴 지도요. 우리가 집에 앉은채 (가상현실로 이야기를 경험하다) 우리 앞에 (가상으로) 존재하는 배우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거죠. ‘잠깐만요 톰 크루즈, 이 장면은 어떻게 찍은거에요?’ 그러면 AI로 구현된 톰 크루즈가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곤 설명을 시작하는겁니다. 가능하지 않을까요? 결국, 어떤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이든, 결국 그걸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모든 것을 결정할거에요.”

톰 크루즈 봇이 좋은 아이디어든 아니든, 루소 형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아그보를 매각하거나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 것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고 말합니다. 격동하는 업계에 가장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믿고 있죠.

“우리가 2년 동안 어떤 이야기를 기획개발한다고 해볼까요. 2년 동안 시장이 변화하고, 이 이야기에 더 적합한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6개월을 더 써서 새로운 매체에 적합한 모델로 바꾸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리즈로 이야기를 바꾸어볼 수도 있겠죠. 아니면 이 세계관을 게임 회사에 팔아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독립적으로 회사를 꾸리는) 그것이야말로 이 업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우리가 크리에이티브를 주도하는 주체로 살아남을 수 있게 합니다.”

앤서니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우리가 작업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저마다 다른 고유한 형태를 갖게 될겁니다. 그걸 위해 아그보를 설립했습니다. 그것이 이 회사의 근본이고 사명이죠. 우리는 모든 미래에 열려있습니다. 도태되는 일은 없을거에요.”

그들은 이러한 선언을 비판이나 도발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그들의 데뷔작을 보고 준 것과 같은 류의 경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신진 스토리텔러들을 향하는 것이죠. 그들이 속한 업계와 매체가 계속될 것이라 보지 말고, 그들이 향하는 소비자를 만나기 위한 시장과 환경에 집중해야 한다고 그들은 역설합니다.

조의 이야기입니다.

“시장은 역동합니다. 아티스트가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불가지론자가 되어야 해요. 모든 것에 열린 태도를 가지세요. 당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입김 센 누군가가 이야기하게 두지 마세요. 왜냐하면 당신이 원하는 이야기라면, 어떤 이야기로도 성공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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