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팟캐스트들은 대체 누가 ‘보고’ 있는 걸까? (번역)

*오디오 전용 매체로 시작되었지만, 팟캐스트는 이제 영상 중심 산업이 되어가고 있다.

다음은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팟캐스트 몇 개의 에피소드 러닝타임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같은 포맷이다.

의자에 앉은 사람들이, 평범하게 꾸며진 스튜디오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팟캐스트들이 그렇듯, 이들 모두 영상으로 공개된다.

화려한 카메라 워크도, 눈길을 끄는 그래픽도, 서사 구조도 없다. 모두 장편 영화, 야구 경기, 마라톤 퍼포먼스 아트 못지않은 러닝타임을 갖고 있다. 그런데 유튜브 통계에 따르면, 위에 언급된 에피소드들은 각각 수십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그래서 이런 댓글도 나온다. 테오 본(Theo Von)의 쇼 최근 에피소드에 한 팬이 이렇게 썼다. “정말, 이 팟캐스트는 ‘보는’ 재미가 대단했어요.”

오디오 기기 (2022년 애플이 단종한) 아이팟(iPod)에서 이름을 따온 미디어 장르가, 온디맨드 미디어를 사랑한 대중의 손에 의해, 최근 몇 년간 영상 매체로 변모한 것이다.

미국인의 뇌는 온라인에서의 ‘주의력 쟁탈전’의 전리품이 된 지 오래다. 이 세계는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인센티브를 주지, 정적인 5시간짜리 지식 대담에는 별 관심 없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작동하고 있는 걸까? 지난 몇 년간 팟캐스트를 규정짓게 된 이 초대형 영상 토크쇼들을, 누가 보고 있는 걸까?


가장 큰 범주에서 보자면, 영상 팟캐스트의 시청자는 단순히 “팟캐스트를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이걸 누가 보냐고요?” 팟캐스트 전략가 에릭 누줌(Eric Nuzum)은 말한다. “화면 가까이에 있고, 팟캐스트를 사랑하는 사람이죠.”

실제로 커뮬러스 미디어(Cumulus Media)와 미디어 리서치 회사 시그널 힐 인사이트(Signal Hill Insights)가 4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팟캐스트 청취자의 약 4분의 3은 팟캐스트 영상을 재생한다고 답했다. (설령 재생 후 화면을 최소화하더라도.)

오직 오디오만 듣는다고 답한 사람은 약 4분의 1 뿐이었다. 시그널 힐의 대표 폴 리스만델(Paul Riismandel)은 이 비율은 세대와 관계없이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말한다. 이는 단지 Z세대와 그 이하 세대의 영상 콘텐츠 선호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데이터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사람들은 ‘어떻게’ 팟캐스트를 보고 있으며, ‘무엇’을 ‘본다’고 하는지가 훨씬 많은 걸 말해준다.

시그널 힐의 조사에 따르면, 팟캐스트를 소비하는 사람 중 약 30%는 “장치를 통해 영상을 백그라운드에서 재생하거나 최소화한 상태로 청취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이들은 세탁물을 개는 중에 ‘팟 세이브 아메리카(Pod Save America)’를 반쯤 보거나, 사무실에서 단순 업무 중에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The Joe Rogan Experience)’를 브라우저 탭에 띄워놓고 있을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타이틀 보험 프로듀서로 일하는 31세 조이 맥더못(Zoë McDermott)은 자신이 일하는 동안 테오 본의 쇼를 휴대폰에서 영상으로 스트리밍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보는 건 어렵지만, 웃긴 말이 나오면 슬쩍 보게 되긴 해요.” 맥더못은 말했다. “조금은 수동적으로 보는 거죠.”

그렇더라도 나머지 — 유튜브 영상 팟캐스트 소비자의 절반 이상 — 는 “영상을 적극적으로 시청하고 있다”고 답한다. 여기부터 이야기가 더 복잡해진다.

팟캐스트 플랫폼 중 가장 인기 있는 유튜브는 ‘조회수’를 여러 방식으로 정의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재생’ 버튼을 누르고 30초 이상 보면 조회수 1로 잡힌다. 5시간 시청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4월 조사에서는, 마크 안드리센(Marc Andreessen)과 렉스 프리드먼(Lex Fridman)의 4시간 인터뷰 전체를 본 사람과, 틱톡·인스타그램 릴스·엑스(X)·유튜브 등에서 짧은 클립만 본 사람을 구분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전형적인” 팟캐스트 시청자를 특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팝콘 통을 들고 스마트TV로 스트리밍을 보는 커플일까? 출퇴근 중 틱톡을 넘기며 보는 젊은 직장인일까? 아니면 시간대마다 다른 행동을 하는 동일 인물일까?

미시간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앨리사 켈러(Alyssa Keller)는 가끔 남편과 함께 TV로 ‘쇼운 라이언 쇼(The Shawn Ryan Show)’를 시청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개는 아이들이 낮잠 자는 동안 몇 시간 동안 휴대폰으로 영상을 튼다고 한다. 덕분에 마라톤급 에피소드를 나눠 보는 경우가 많다.

“며칠에 걸쳐 나눠 본 적도 있어요. 아이들 낮잠 시간은 보통 2시간밖에 안 되잖아요.”

유튜브는 지난 2월, 한 달에 10억 명이 넘는 사용자가 자사 플랫폼에서 팟캐스트를 시청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유튜브의 뉴스·팟캐스트 등 파트너십을 총괄하는 팀 카츠(Tim Katz)는, 그 숫자가 워낙 크기에 “실제로 5시간짜리 토크쇼를 정주행하는 이용자”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큰 숫자가 나오면,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죠.” 카츠는 말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독자들에게 영상 팟캐스트를 소비하는지, 또 어떻게 소비하는지 질문했다. 다수 응답자는 영상 팟캐스트를 배경음처럼 틀어놓고 일이나 집안일을 하면서 듣는다고 했다. 그들에게 팟캐스트는 여전히 오디오 중심 제품이었다.

일부는 진행자와 게스트의 바디랭귀지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고, 또 다른 일부는 시각 요소가 산만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여겨 영상 팟캐스트를 싫어한다고 답했다.

영상에는 단점도 있다.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37세 연구원 로렌 골즈(Lauren Golds)는 직장에서 팟캐스트를 ‘증오 시청(hate-watch)’한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 사업가이자 라이프 코치 제이 셰티(Jay Shetty)가 진행하는 ‘온 퍼포스(On Purpose)’를 즐겨 본다고 한다. 동료들이 화면을 보고 “나도 저 프로그램 좋아한다”고 말을 걸어오면 곤란한 상황이 된다고 했다.

“이게 쓰레기라는 걸 말할 길이 없어요. 그냥 말초적인 자극을 위한 오락 목적으로 보고 있을 뿐인데 말이죠.” 골즈 씨는 말했다.

요즘 ‘전형적인’ 팟캐스트 소비자가 아닐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서사형 프로그램’을 듣는 사람이다. “팟캐스트”라는 말을 들으면, 아직도 많은 사람은 ‘시리얼(Serial)’이나 ‘디스 아메리칸 라이프(This American Life)’처럼 공들여 제작되고 심층 취재된 오디오 전용 프로그램을 떠올린다.

이들은 애플 팟캐스트, 아이하트라디오 같은 오디오 전용 플랫폼에서 들었다. 전통적인 팟캐스트는 진행자가 직접 읽는 광고와 스크립트 광고로 수익을 냈고, 홍보는 미디어 보도와 입소문에 의존했다.

그리고 때로는 큰돈이 오갔다. 예를 들어 2019년, 스포티파이는 팟캐스트 스타트업에 3억 4,0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2010년대 대표 제작사 중 하나였던 김릿(Gimlet)을 인수했다.


이제 영상 팟캐스트 시장은 너무 커져서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많은 광고 계약은 팟캐스터가 영상 요소를 갖추는 걸 요구한다. 이 영상 팟캐스트들이 거주하는 플랫폼, 주로 유튜브와 스포티파이, 이 둘은 새로운 유형의 팟캐스트 소비자, 즉 영상을 기대하는 소비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테오 본의 팬인 맥더못 씨는 영상 요소가 “집에 친한 손님이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고 말했다.

“좀 더 개인적인 느낌이에요. 누군가가 나와 함께 있는 것 같거든요. 고양이 두 마리와 단둘이 살고 있고, 펜실베이니아의 시골에 살아서… 거의 이웃 같은 느낌이죠.”

오늘날 팟캐스트 세계는 소셜 미디어와도 훨씬 더 통합돼 있다. 영상 팟캐스트 클립은 틱톡과 인스타그램이라는 Z세대 및 밀레니얼 세대의 대형 플랫폼에 자연스럽게 들어맞는다. 유튜브의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은 시청자에게 적절한 새 팟캐스트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이는 예전의 분리된 플랫폼 모델에선 불가능했다.

2024년 대선 캠페인에서 테오 본 쇼에 출연한 도널드 J. 트럼프, ‘콜 허 대디(Call Her Daddy)’에 출연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바이럴 영상들을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엑스 없이 상상하긴 어렵다.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라디오 회사 오더시(Audacy)는 6월, ‘윈드 오브 체인지(Wind of Change)’, 로넌 패로우(Ronan Farrow)의 ‘더 캐치 앤 킬 팟캐스트(The Catch and Kill Podcast)’ 같은 심층 내러티브 쇼로 유명한 파인애플 스트리트 스튜디오(Pineapple Street Studios)를 폐쇄했다.

이 회사를 공동 설립했던 제나 와이스-버만(Jenna Weiss-Berman)은 현재 배우 겸 코미디언 에이미 폴러(Amy Poehler)의 페이퍼 카이트 프로덕션(Paper Kite Productions)에서 오디오 총괄을 맡고 있다.

폴러의 새 팟캐스트 ‘굿 행 위드 에이미 폴러(Good Hang with Amy Poehler)’는 이 장르의 전형을 따른다. 즉, 매력적인 유명 진행자가 또 다른 매력적인 유명 인물을 인터뷰하는 형식이다.

와이스-버만은, 고품질 영상 제작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마이크 몇 개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었던 기존 팟캐스트 생태계에서, 규모가 작은 창작자들은 배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잘하려면, 스튜디오와 제작진이 필요해요.” 그는 말했다.

기존 청취자를 확보한 팟캐스터라면, 영상이 새로운 청중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분명하다. (<뉴욕타임스>도 자사의 유명 칼럼니스트들이 진행하는 영상 팟캐스트를 도입했다.)

코미디언 아담 프리들랜드(Adam Friedland)는 2022년 영상 인터뷰 쇼를 시작했다. 그는 이전에 두 명의 코미디언 친구들과 함께 불손하고 외설적인 오디오 전용 팟캐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팬들이 유튜브에 올린 “재밌는 순간들 편집 영상”을 보고, 기존 팟캐스트 배포의 한계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성장한 거예요.” 프리들랜드는 말했다. “우리는 홍보도 언론도 안 했어요.”

그의 새 쇼는 유명 게스트들과의 냉소적인 인터뷰 프로그램이며, 불쾌하거나 음란한 내용은 크게 줄었다. 유튜브를 통한 배포 덕분에, 과거 컬트 팬덤의 인물에서 일반 대중에게도 알려진 이름으로 거듭났다.

“스타벅스에서 중년의 평범한 남성이 저한테 와서 그 쇼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프리들랜드는 회상했다. “스위트그린(Sweetgreen) 들고 있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프리들랜드의 쇼는 보기 드문 ‘시각적 개성’을 갖춘 영상 팟캐스트다. 빈티지풍의 세트는 ‘딕 캐벳 쇼(The Dick Cavett Show)’를 재현한 것이다. 프리들랜드는 “보는 게 듣는 것보다 낫다”고 명확히 말했다.

미국인들이 팟캐스트를 소비하는 방식은 지금, 매우 다양하다. 능동적이기도 하고 수동적이기도 하며, 다른 기기를 동시에 들여다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는 오늘날 미국인들의 TV 소비 방식과 매우 닮아 있다.

“팟캐스트는 새로운 ‘케이블 TV’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마존 산하 팟캐스트 네트워크 ‘원더리(Wondery)’의 콘텐츠 최고책임자 마셜 루위(Marshall Lewy)는 말했다. 프리미엄 스트리밍 콘텐츠보다 제작비가 적게 들고, 스마트폰을 넘기며 반쯤 TV를 보는 데 익숙한 시청자들이 다양한 장르로 소비하는 쇼들 말이다.

실제로 영상 팟캐스트는 지금 대부분 토크쇼지만, 루위는 이 트렌드가 음식, 여행 같은 장르 — 광고주가 특히 선호하는 — 로 확장될 것이라고 본다. 이런 장르는 오디오 전용 팟캐스트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팟캐스트’라는 단어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시그널 힐의 리스만델 대표는 “영상을 보지 않아도 이해가 되는 콘텐츠라면 다 팟캐스트”라고 말했다. 유튜브의 카츠는 “팟캐스터의 정체성이 재정의되고 있다”고 했다.

오디오 전용 팟캐스터들이 영상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고, 소셜 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이 팟캐스트를 새 시장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전 폭스(Vox)와 세마포(Semafor) 영상 부문 책임자였던 조 포스너(Joe Posner)는 “영상으로의 전환에는 문제점도 있다”고 말한다. 특히 카메라 앞에 서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여성은 외모와 관련한 괴롭힘을 훨씬 더 많이 당하기 때문에, 장시간 카메라에 노출되는 것을 기피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성별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

그럼에도, 수많은 시선이 유튜브로 향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팟캐스트는 오디오다. 4월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의 58%는 오직 오디오만 듣거나, 최소화되거나 백그라운드로 재생되는 영상을 듣는다. 유튜브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팟캐스트 플랫폼이지만,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대부분의 소비자는 유튜브가 아닌 다른 플랫폼 — 스포티파이나 애플 팟캐스트 — 을 주로 사용한다고 답했다.

그래서, 적어도 오디오 중심 팟캐스트의 한 축은 여전히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장수 라디오 쇼 ‘디스 아메리칸 라이프(This American Life)’의 창작자 아이라 글래스(Ira Glass)는 “팟캐스트라는 천막이 더 커지고, 프로젝터 스크린을 달았다고 해서 자기 프로그램이 위협받는다고는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형태가 모두 존재하고,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것 자체가 장점이지, 단점은 아니에요.”

글래스는 오디오 전용 팟캐스트만이 가진 형식적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는 데서 오는 힘이 있어요.” 그는 이어 말했다.

“소리만 들었을 때 전해지는 감정이 다르거든요. 하지만, 누군가가 토크쇼에서 사람을 보고 싶다면, 그건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팟캐스트를 그렇게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내꺼니깐 절대 건들지 마’ 그런 감정 같은건 없으니까요.”


같이 읽기 -*이바닥늬우스는 사실 오래전부터 팟캐스트를 주시해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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