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알고리즘, 무난하고 적당한 영화들 (번역)

이 스트리밍 공룡이 어마어마한 수의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데이터와 알고리즘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그 결과물은 종종 개성 없고, 기억에 남지 않으며, 예술성 없는 작품들이었다.

2025년 영화계의 연대기를 기록한다면, 그 누구도 루소 형제의 <일렉트릭 스테이트>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SF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지각 있는 로봇이 인간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에 3억 2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쏟아부었고, 이는 역대 14번째로 큰 제작비였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공개하고 반짝 스트리밍 1위를 차지했지만, 시청자들은 금세 흥미를 잃었다.

오늘날 이 영화는 넷플릭스 역대 최고 제작비 작품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가장 많이 본 영화 상위 2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에 나올 법한 어린 시절의 모험, <매드맥스> 풍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황무지, <폴아웃> 스타일의 레트로 퓨처 감성 등, 너무나 익숙하고 번쩍이는 대작 영화의 클리셰로 가득 찬, 그저 또 하나의 이름 없는 아류작(mockbuster)이 되어버렸다.


‘알고리즘’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를 읽어내는 또 다른 방법은 이 작품을 ‘알고리즘 영화’로 보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특징 없는 작품들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가능한 한 가장 폭넓은 관객에게 어필하도록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

최대한 정중한 표현으로 ‘효율적 연출가’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일의 앤서니 루소, 조 루소 감독은 이런 디지털 시대의 어떤 멀건 흰 죽과 같은 작품들을 만드는데 전문가다. 이들은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비슷하게 기억에 남지 않는 액션 스릴러 <그레이 맨>을 만들기도 했다.

당신이 알고리즘 영화를 직접 클릭한 적이 없더라도, 아마 자동 재생 기능에 의해 한 번쯤은 추천받았을 것이다. 제목부터 친절하게 내용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2019년 십대 로맨틱 코미디 <톨 걸>은 말 그대로 키 큰 소녀에 관한 이야기다. 올더스 헉슬리 아류의 SF 풍자극 <어글리>는 성형 수술이 통과 의례가 된 미래를 다룬다. <머더 미스터리>에서 아담 샌들러와 제니퍼 애니스톤은 물 밖에 나온 물고기 신세가 된 미국인 부부가 되어 유럽 크루즈선에서 탐정 포와로 흉내를 낸다.

이런 영화들은 톰 크루즈나 마고 로비처럼 이름만으로 영화를 흥행시킬 수 있는 최상위급보다 한 단계 아래의 새로운 스타들을 기용한다. 아담 샌들러, 드웨인 존슨, 제니퍼 로페즈, 갤 가돗 같은 배우들은 스트리밍 제국에 충성을 맹세함으로써 가장 큰 이득을 얻었다.

현재 알고리즘 영화의 왕은 라이언 레이놀즈다. 그는 <6 언더그라운드>, <애덤 프로젝트>,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두 번째로 많이 본 영화인 <레드 노티스>에 출연했다.

알고리즘 영화는 보통 단 한 명의 시청자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따라가기 쉬운 스토리 전개를 보인다. 이 체제 하에서는 장황한 설명(exposition)이 더 이상 시나리오 작법의 실수가 아니다.

최근 잡지 ‘n+1’의 한 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일하는 시나리오 작가들은 종종 이런 피드백을 받는다고 한다.

“이 캐릭터가 지금 뭘 하는지 대사로 직접 설명하게 해서, 다른 일을 하면서 배경음처럼 틀어놓는 시청자도 이야기를 따라올 수 있게 해주세요.”

‘세컨드 스크린 시청(second-screen viewing)’ 시대의 콘텐츠는 미학적으로 어떤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멍하니 넷플릭스를 보는 상태에서 시청자를 깨우지 않기 위해서다.

조명은 밝은 디지털 느낌을 주지만, 대조(contrast)는 줄곧 낮게 유지된다. 사운드 믹싱은 대체로 플랫하다. 사람들이 VR 헤드셋부터 낡은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기기에서 시청하기 때문이다.

한때 독립 영화 제작자였다가 2015년 아마존 오리지널 무비의 수장이 된 테드 호프는, 완전히 집중하든 반쯤 집중하든 가능한 한 넓은 시청자층을 끌어모으는 알고리즘 친화적 엔터테인먼트가 영화를 위험한 길로 이끌고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이 배경음처럼 틀어놓는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을 보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싶은 유혹이 생기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면 안돼요!”

호프는 아마존이 케네스 로너건의 <맨체스터 바이 더 씨>나 박찬욱의 <아가씨> 같은 작가주의 영화에서 벗어나 더 대중적인 전략으로 선회하자 2020년에 회사를 떠났다.


넷플릭스 제국

스트리밍 회사들 중에서 넷플릭스는 단연 가장 성공적이다. 현재 전 세계 구독자 수는 3억 1백만 명으로, 2위 경쟁자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보다 1억 명이나 많다. 연간 100편 이상의 ‘오리지널’ 영화를 공개하며, 황금기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전성기보다도 더 왕성한 생산력을 자랑한다.

넷플릭스 제국은 2010년대 미국을 기반으로 약 200개국으로 확장했으며, 이미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대한 글로벌 배급사가 되어 있다. 일부 콘텐츠는 현지용이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작품들을 선정해 국제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도 한다. (TV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2022년 오스카 수상작인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그런 경우다.)

넷플릭스의 모델과 그 엄청난 성공은 영화의 미래에 전례 없는 영향력을 부여한다. 그 영향력의 형태가 알고리즘에 의해 얼마나 결정되는지는 불분명하다. 물론 넷플릭스 시청자라면 누구나 ‘알고리즘 영화’ 범주에 들어맞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들이 급증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은) 기계가 직접 생성했다는 의미에서 알고리즘적인 것은 아니다. 회사의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는 2018년 Vulture.com과의 인터뷰에서 데이터로부터 영화를 ‘역설계(reverse-engineering)’한다는 것을 부인하며, 콘텐츠 제작 결정은 “70%의 직감과 30%의 데이터”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물론 3년 전 인터뷰에서는 그 비율을 반대로 말해버린 바가 있지만.)

넷플릭스 홍보팀은 고위 임원과의 인터뷰를 허락하지 않았지만, “알고리즘으로 콘텐츠를 위탁 제작한다는 오해”에 대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수의 전직 임원들과 영화 업계 관계자들은 익명을 조건으로만 인터뷰에 응했다. 업계에서 넷플릭스의 현재 지배적인 위치와 데이터 사용에 대한 극도의 신중함을 알기에, 공개적으로 경험을 이야기했다가 경력에 해가 될까 두려워했다.

그렇다면 스트리밍 플랫폼이라는 블랙박스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알고리즘과 데이터는 실제로 영화 제작을 얼마나 주도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다면 그 많던 소위 알고리즘 영화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알고리즘의 탄생

2000년대 후반, 당시 넷플릭스의 개인화 담당 디렉터였던 토드 옐린은 사소해 보이는 과제에 착수했다. 바로 영화와 TV를 분류하는 기존의 체계를 완전히 재정의하는 것이었다.

그는 2006년 브루클린을 배경으로 한 가족 드라마 <Brother’s Shadow>로 호평받으며 데뷔한 열정적인 시네필이자 감독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 일하면서 그는 다른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얻었다.

“제 뇌에는 수학적인 면도 있거든요. 그래서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구성 요소로 세분화하고 그에 따라 태그를 붙이면,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이것이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을 정교화하기 위한 그의 계획이었다. 콘텐츠를 분류하고 수학적으로 가중치를 부여하여 개별 사용자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선택지를 제공하는 과정 말이다. 흔히 ‘알고리즘’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실제로는 10개 이상의 상호 연동된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져 있다.

옐린은 어린 아이들을 재운 뒤 낡은 의자에 앉아 영화 관련 서적들을 뒤지며 콘텐츠 분류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았다. 그는 곧 공포, 코미디, 스릴러와 같은 전통적인 장르의 범주를 넘어, 주제 관련 기준으로 콘텐츠에 태그를 달기 시작했다.

“춤에 관한 이야기인가? 건축? 결혼 관계? 그런 다음 감정을 살폈죠. 얼마나 어두운가?” 분위기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그와 그의 팀이 1에서 5 또는 1에서 10까지의 값을 할당했다.

넷플릭스 콘텐츠를 시청하고 분류하는 새로운 직책인 ‘태거(tagger)’가 만들어졌다. 옐린은 그것이 고된 작업이었다고 회상한다. 그와 동료들은 마침내 2014년에 77,000개에 달하는 ‘대체 장르(altgenres)’를 고안해냈다. (현재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 분류는 알고리즘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내용에 따라 넷플릭스 홈페이지에 ‘어드벤처 영화’처럼 평범한 것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범죄 스릴러’처럼 좀 더 구체적인 것, ‘온갖 감정을 느껴보세요’처럼 짜증 날 정도로 광범위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줄(row)의 이름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물론 <일렉트릭 스테이트>나 <레드 노티스>처럼 모두의 뇌를 썩게 만든다고 알려진 ‘가볍게 볼 만한 콘텐츠’도 있다. <레드 노티스>는 제임스 본드, 인디애나 존스, <분노의 질주>를 뒤섞은 액션 코미디다.

때때로 이 줄 이름들은 머신러닝을 통해 드러난 대체 장르 간의 잠재적 관계를 기반으로 자동 생성된다. 모든 사용자는 플랫폼에서 각 대체 장르와 얼마나 상호작용하는지에 따라 수학적인 ‘거리’가 할당된다.

수백만 명의 사용자에 걸쳐 집계된 이 소비 패턴의 거미줄은 시청자 취향의 예상치 못한 연관성, 중복, 친밀도를 드러낸다. 한 예로 포뮬러 원과 클래식 록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관객층이 겹치는 경우가 있었다. 이 경우 추천 시스템은 이 둘을 결합한 카테고리를 생성할 수 있다.

이 데이터 아키텍처가 넷플릭스에 게임 체인저였다. 원래 넷플릭스는 사용자의 별점 평가 시스템을 기반으로 추천을 생성했지만, 2017년 이를 폐기하고 대체 장르 기반 시스템을 채택했다.

“명시적 추천에서 암묵적 추천으로의 전환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사용자가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보고 소비한 행동에 기반한 추천이었죠.”

스트리밍 회사들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전례 없는 양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2017년 넷플릭스는 하루에 7,000억 건의 ‘데이터 이벤트(data events)’, 즉 어떤 형태로든 플랫폼과의 상호작용을 기록했다.

‘완전히 매혹적인’ 카테고리의 영화를 선택했는지,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선택했는지뿐만 아니라, 어떤 기기로 봤는지, 하루 중 언제 봤는지, 다른 콘텐츠 위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일찍 껐는지, 몇 번이나 다시 봤는지 등등 모든 것이 포함된다.

이 모든 것이 스트리밍 서비스가 우리 앞에 어떤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놓을지 결정하는 데 사용하는 거대한 데이터 클라우드의 노드가 된다.

데이터 문화가 스트리밍 서비스의 사업 방식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애초에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영화 스튜디오가 되기 훨씬 전부터 기술 회사였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의 파생 서비스이며, 1997년 DVD 우편 대여 사업으로 시작한 넷플릭스 역시 온라인 물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동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원래 컴퓨터 과학자이자 엔지니어였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배급 회사에서 스튜디오로 성숙하면서(2013년 첫 TV 쇼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 2015년 첫 영화인 아프리카 전쟁 드라마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 제작), 크리에이티브의 의사 결정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관객이 결정하는 시간, 5초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처럼 넷플릭스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해 5초 안에. 잠재적 협력자들에게 배포하는 프레젠테이션 워크숍 문서에 따르면, 이것은 “관객이 무의식적으로 당신의 쇼를 볼지 말지 결정하는” 시간이다.

빠르고 명료한 도입부는 회사와의 협상 불가능한 조건이다. 이 기사를 위해 인터뷰한 대부분의 영화 제작자들이 이를 언급했다.

시나리오 작가 아론 콜라이트는 2024년 SF 영화 <아틀라스>의 각본을 보강하기 위해 투입되었다. 그의 초고는 주인공인 제니퍼 로페즈가 잘린 로봇 테러리스트의 머리를 심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너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콜라이트는 결국 더 관습적인 특수기동대(SWAT)의 급습 장면으로 교체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특정 시간 내에 몰입해야 한다는 넷플릭스의 데이터에 설득되었다. 그는 그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주의를 집중시키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그 창이 줄어드는 것을 봅니다.”

넷플릭스에서는 전문적인 전략 및 분석 팀이 모든 사업 부서에 배치되어 있다. 콘텐츠 부서의 전략 및 분석 팀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과를 모델링하여, 인수하거나 자체 개발한 신규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회사는 이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 유튜브에는 201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강연 영상들이 있는데, 당시 넷플릭스의 과학 및 알고리즘 책임자였던 케이틀린 스몰우드는 특정 배우가 합류하거나 티저 예고편에 대한 소셜 미디어 반응과 같은 사전 제작 단계에서 새로운 요소가 추가됨에 따라 영화의 예상 성공률이 어떻게 변하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넷플릭스는 나중에 이것이 예술에 대한 알고리즘적 불순물 첨가로 해석될 것을 우려해 이런 종류의 정보 공개를 단속했다.)

스몰우드에 따르면, 이 과정은 기획안이나 대본에서 매력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요소를 평가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캐리 후쿠나가 감독은 2018년 거대 제약회사를 다룬 미니시리즈 <매니악>의 복잡한 서사 구조가 데이터가 예측한 시청자 이탈 때문에 거부되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GQ와의 인터뷰에서 “결국엔 알고리즘의 주장이 이기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데이터 팀은 콘텐츠 관련 결정을 안내하기 위한 새로운 제품을 항상 개발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각 작품의 중요한 통계(관련 대체 장르 및 기타 분류 등)를 야구 카드 스타일의 요약본으로 표시하는 소프트웨어나, 틈새 캐릭터 배우들의 관객 호소력을 평가하는 도구도 포함되었다.

2021년 넷플릭스를 떠난 스몰우드는 데이터는 강요의 목적이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콘텐츠 임원들과 함께할 때, 우리 팀의 목표는 창작 과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향상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데이터를 거부하더라도,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제안하는 바를 고려해주길 바랐죠.”

창작자들과 인터뷰했을 때, 강압보다는 설득이 넷플릭스의 방식처럼 보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인터뷰한 스트리밍 회사와 일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이 받은 로우 데이터(raw data)가 얼마나 적은지에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 제작 과정에서 피드백을 주는 과정은 임원의 직관에 뿌리를 둔 예전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넷플릭스의 가이드

회사는 어떤 수준에서는 데이터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자체 스타일 가이드를 배포한다. 이 가이드 중 일부는 “주인공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가?”나 “장소는 이야기의 캐릭터가 되어야 한다”와 같은 매우 일반적인 시나리오 작법 규칙이 담긴 프레젠테이션 워크숍 가이드처럼 서사와 관련이 있다. (캐릭터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도록 강요하는 것만큼 노골적인 것은 없다.)

때로는 미학적인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최근 히트작 중 하나에 참여한 한 제작자는 데이비드 핀처의 차가운 스타일을 모방하라는 규정을 언급했다. 스폰지밥과 미니언즈의 형광색 유행에 따라, 노란색은 어린이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공감을 일으키고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유용한 색상으로 여겨진다.

영화 제작자들이 받는 가장 구체적인 데이터는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시행하는, 출시 후 3일, 10일, 30일 주기의 성과 보고서 형태다. 이는 종종 시청률과 완주율 수치로 구성되는데, 일부 사람들은 이를 스튜디오가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성과 지표인 박스오피스 수익에 비해 모호하다고 느낀다.

또한 넷플릭스 프리뷰 클럽도 있는데, 성과 보고서와 달리 출시 전에 수정을 가능하게 한다. 프리뷰 클럽은 초대된 시청자들을 위한 선공개 섹션으로, 시청자들이 콘텐츠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최신 기술로 모니터링하는 것과 전통적인 포커스 그룹 형태의 질문을 결합한다.

그러나 영화 제작자들 자신이 이 리서치 내용을 얼마나 접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몇몇은 후반 작업 최종 수정 단계에서 관객 반응에 대한 더 세분화된 데이터가 있었다면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

종종 영화 제작자들과 임원들이 스트리머의 데이터 접근 방식에 대해 내게 말한 것은 옛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대량 생산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게 들렸다.


할리우드는 원래 그랬다

할리우드는 황금기 시대 배우들을 유형화하는 것부터, 기업화 시대에 시드 필드의 <시나리오>나 블레이크 스나이더의 <세이브 더 캣>과 같은 규범적인 시나리오 작법서, 그리고 엄격한 테스트 시사에 이르기까지 항상 합리적이고 반복 가능한 성공 공식을 추구해왔다.

2000년대의 에파고긱스(Epagogix)나 스크립트북(ScriptBook)과 같은 시나리오 분석 소프트웨어는 이야기의 전형적인 패턴과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력을 기반으로 박스오피스 성공을 예측하려 했다. 이것들은 현재 스트리밍 회사들이 하고 있는 것의 원시적인 버전이었다.

만약 알고리즘이 통제 가능한 결과로 이어지는 고정된 단계의 집합이라면, 이야기의 요소들을 올바른 순서로 배열하려 했던 할리우드 초기의 시도들 역시 조악한 의미에서 알고리즘적이었다.

사실, 문제는 여전했다. 더 많은 데이터는 영화 제작자들과 심지어 스트리밍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임원들까지 예술적인 문제를 데이터로 신뢰하게 만드는 방법과 같은, 옛날 할리우드의 문제들을 더 심화시켰을 뿐이다.

문제의 어느 일부는 휘몰아치는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의미있는가에 대한 합의에 있다. 전직 넷플릭스 영화 임원은 다양한 지표와 그에 부여되는 중요성이 끊임없이 변했다고 말했다.

“셀 수 없이 많은 관리자를 거쳤고, 성공 지표도 그만큼 자주 바뀌었습니다. 원하는 모든 지표를 가질 수는 있지만, 그것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거나 더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넷플릭스에서 다수의 영화를 총괄했던 한 제작자는 임원들이 자신의 프로젝트에 유리하게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외부 홍보에서는 자사 알고리즘의 독창성과 정교함을 광고하지만, 내부적으로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선호와 열정을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을 위해 임의적으로 알고리즘을 활용하죠.”

그리고 영화 제작자들과 임원들 모두 진실을 알고 있다. 작품의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 데이터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넷플릭스는 플랫폼에서 작품이 어떻게 성과를 낼지 예측하는 데 성실하며, 정기적으로 예측의 정확도를 검토하고 그에 따라 모델을 업데이트한다.

그러나 <퀸스 갬빗>이나 <오징어 게임>과 같은 많은 주요 히트작들은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할리우드에 대한 윌리엄 골드먼의 유명한 격언, “아무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여전히 유효하다.


알고리즘과 보수주의

하지만 만약 넷플릭스가 영화 제작자들에게 데이터의 부담을 지우지 않고, 그들이 보는 얼마 안 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합의도 없다면, 당신의 화면을 가득 채우는 그 익숙한 느낌의, 판에 박힌 콘텐츠들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한 가지 답은 데이터가 사실은 과정의 더 이른 단계, 즉 무엇을 제작 승인하고 무엇을 거절할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영화 제작자들은 자신의 프로젝트가 데이터나 알고리즘의 판단에 따라 승인되었는지 거절되었는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내가 인터뷰한 한 에이전트는 한 주요 스튜디오가 낡은 예술가들의 관성으로 의사 결정 과정을 왜곡하지 않도록 크리에이티브 임원들을 제작 승인(greenlighting) 위원회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사람들은 알고리즘 영화의 범람에 대해 다른 설명을 내놓는다. 2019년 스릴러 <트리플 프런티어>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한 닐 도슨 프로듀서는 임원들이 데이터의 소용돌이와 혼란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단지 안전한 길을 택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훌륭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해고당하고 싶지는 않죠.

너무 위험한 시도를 하면 해고될까 봐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충분히 위험한 시도를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좋은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고 말하죠. 진퇴양난의 상황입니다.”

아마도 할리우드 임원들에게는 드물지 않은 이 보수주의가, 진정으로 알고리즘적인 무언가보다는 알고리즘 영화를 부채질했을 것이다.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의 제한된 사고방식에 얽매여 있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아이러니가 있다고 또 다른 전직 넷플릭스 영화 임원은 말했다.

“저는 이런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넷플릭스는 모든 것이 정말 빠르기 때문에, 매우 새로운 미디어 회사에서 낡아버린 구식의 미디어 회사로 변한 것마저 정말 빨랐다고요.”

진부하고 똑같은 콘텐츠가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2010년대 후반 넷플릭스의 성장 단계를 특징짓던 감독 부재일 수 있다. 그 이전에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로부터 지원을 받기 어려워하던 작가주의 감독들을 지원했다.

이는 회사에 봉준호 감독의 생태 테러 액션 어드벤처 <옥자>, 알폰소 쿠아론의 회고록 드라마 <로마>, 그리고 마틴 스콜세지의 오랜 숙원이었던 범죄 서사시 <아이리시맨>과 같은 작품들을 안겨주었다.


돈이 넘칠 때, 돈을 묶을 때

하지만 2016년경, 넷플릭스는 접근 방식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부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며(2013년 약 5억 달러에서 2019년 거의 130억 달러로 증가) 플랫폼에 콘텐츠를 쏟아부었다. 넷플릭스는 확장되는 구독자 기반에 충분한 영화와 TV 쇼를 제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사우스 파크>는 한 에피소드에서 임원들이 전화를 받으며 “넷플릭스입니다. 제작 승인되셨습니다. 누구시죠?”라고 말하게 함으로써 회사를 풍자했다.

넷플릭스로부터 천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지원받은 한 독립 영화 제작자는 촬영 중에 어떤 피드백도 받지 못했으며, 회사 임원들은 촬영본(dailies)을 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돈을 송금해줬습니다. 제 인상은 집에 불이 나지 않는 한 그들에게 전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죠. 그들은 아마 어떤 스튜디오보다도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영화를 관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빨리 규모를 키울 수는 없죠.”

내가 인터뷰한 다른 많은 영화 제작자들도 비슷하게 넷플릭스가 대부분 자유재량권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이 제작자는 회사의 확장 단계 동안의 규율 부족과 경험 많은 영화 임원의 부재가 품질 관리에 해를 끼쳤다고 믿는다.

한편으로 이 시기는 <옥자>, 기이한 미술계 풍자극 <벨벳 버즈소>, 찰리 카우프만의 <이제 그만 끝낼까 해>와 같은 독특하거나 뛰어난 작품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부한 줄거리와 촬영 스타일을 가진 수많은 매립지에나 버려질 법한 작품들이 플랫폼에 쌓이도록 내버려 뒀다.

넷플릭스의 확장 시대는 2022년 봄에 갑작스럽게 막을 내렸다.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폭발적인 구독자 성장(당시 넷플릭스는 3,700만 명의 신규 회원을 추가했다)은 점차 시들해졌고, 2021년 마지막 분기와 2022년 첫 분기에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잃었다. 월스트리트는 반응했다. 회사 주가는 단 하루 만에 57% 폭락했다.

이는 넷플릭스 내부에 자신감의 위기를 초래했다. 회사는 콘텐츠 예산을 연간 170억 달러로 제한하며, 이전 몇 년간의 가파른 연간 상승을 끝냈다. 거장 감독들을 위한 백지수표 정책도 취소되었다. (예를 들어,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낸시 마이어스의 1억 5천만 달러 예산의 복귀작 <Paris Paramount>는 폐기되었다.)


고메 치즈버거

2022년 넷플릭스가 더 저렴한 광고 지원 요금제를 도입하고 이듬해 비밀번호 공유를 단속하자 구독자 수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회사는 여전히 더 긴축 운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024년 2월, 노련한 워너 브라더스 임원인 댄 린을 새로운 영화 부문 책임자로 임명했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그는 회사에 “영화들은 훌륭하지도 않고 수지타산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기반으로 그 자리를 얻었다고 한다. 그의 임기 초반이라 영화 결과물로 그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양과 예산을 줄이면서 품질을 강화하리라는 기대가 있다.

이 접근 방식은 넷플릭스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인 벨라 바자리아가 회사의 ‘고메 치즈버거(gourmet cheeseburger) 모델’이라고 부른 것과 일치한다. 즉,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느낌의 대중 시장 제품을 고급스러운 프로덕션 가치로 제공하는 것이다.

예술적 탁월함을 위험하게 추구하기보다는, 거슬리지 않는 주류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구독자 수를 유지하는 데 더 낫다. 사람들은 뛰어난 단 한 편의 작품 때문에 플랫폼에 끌릴 수 있지만, ‘충분히 좋은’ 작품들이 꾸준히 공급될 것이라는 것을 알 때 그 플랫폼에 머문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Vulture에 말했듯이,

“전체 산업이 뉴턴 경제학의 세계에서 양자 경제학의 세계로 이동했습니다.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 있는 곳이죠. 플랫폼에서 엄청난 히트작을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플랫폼의 수익을 증가시키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화의 성공은 더 이상 박스오피스 성과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단일 스트리밍 플랫폼 안에 갇힌 채, 그것은 냉혹한 재정적 현실로부터 격리되었다.

넷플릭스의 모호한 시청 지표는 이러한 단절을 부추겼다. 이전에는 영화의 70%를 시청하는 것을 ‘조회수 1회’로 정의했다. 2020년 1월, 회사는 2분만 시청해도 충분하다고 결정했다.

현재는 한 작품에 대해 모든 사용자가 기록한 총 시청 시간을 해당 작품의 러닝타임으로 나누어 조회수를 계산한다(짧은 작품에 불리하지 않도록). 더 나아졌지만, 여전히 흐릿한 평균값이다.

넷플릭스와 계약한 데이비드 핀처와 같은 특정 영화 제작자들은 박스오피스의 족쇄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예술적 자유를 본다. 다른 이들은 이 새로운 책임감의 부재가 알고리즘적 단조로움으로 더욱 표류하는 것으로 본다.

“사업 목표가 관객 확보에 국한되어 있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은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보게 하는 것입니다.” 테드 호프가 말했다. “규칙적인 공급 주기라는 전략을 가지고 있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참여도를 높인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무한한 서버 공간과 끝없는 카탈로그를 갖춘 스트리밍 회사들이 더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을 위해 새로운 관객을 찾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독립 연구원 스티븐 팔로우스가 2016년과 2019년 사이의 넷플릭스 시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회사는 극장 박스오피스보다 소수의 대작에 훨씬 더 의존하고 있었다. 미국 넷플릭스 상위 7%의 작품이 전체 조회수의 50%를 차지했다. (극장 상위 7% 작품의 박스오피스 수입 점유율은 41%였다.)

영화가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진다기보다는, 대중 시장이나 안전한 선택을 지속적으로 표면에 드러냄으로써 알고리즘 자체가 우리의 전반적인 취향을 평준화하고 조악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위해 인터뷰한 넷플릭스 협력자들 대다수가 개별적인 창작 경험은 칭찬하면서도, 대부분 알고리즘이 더 넓은 규모에서 문화를 획일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넷플릭스의 한 주요 블록버스터 감독은 “그것은 제 두려움 중 하나입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기술과 끊임없이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무엇을 볼지 추천받고 싶을 때 믿을 수 없을 만큼 유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또한 미치도록 짜증 나고 독창성과 창의성을 억누르는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둘 다 사실일 수 있죠.”


오히려 강화되는 쏠림현상

넷플릭스, 또는 적어도 일부 전직 직원들은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스몰우드는 자신의 가장 큰 도전이 시청자들을 더 깊은 카탈로그로 이끌고, 그들이 이미 본 것의 변주만을 제공하는 것을 피하는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사람들의 개인화된 페이지에 다양성을 주입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마치 알고리즘 목록의 맨 위에 있지 않은 몇 가지 항목을 뿌려 넣는 것처럼요.” (회사는 최근 이러한 효과를 위한 혁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심지어 시청자들이 자신에게 보여질 콘텐츠를 형성하기 위해 선호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무엇을 볼지 찾는 걸 열심히 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스몰우드가 말했다. “그들은 단지 적절한 것이 자신들에게 제공되기를 원할 뿐입니다.”

테드 호프는 스트리밍 회사들이 업계 내 콘텐츠의 다양성을 증진할 동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가능하게 하는 더 넓은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나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가 영화를 구매할 때, 그들은 사실상 전 세계 단독 배급사가 될 것을 요구한다.

이 모델은 본질적으로 널리 퍼질 수 있는 대중 시장 작품에 유리하다. 또한 이는 종종 독립 영화가 예산을 긁어모으던 방식이었던, 개별 지역에 배급권을 사전 판매하는 낡은 조각 맞추기식 전략을 쓸모없게 만들었다.

애널리스트 탠시 켈리 롭슨은 스트리밍 시대 이전에는 대형 스튜디오조차도 좀 더 실험적인 영화를 만들 동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한 작품들은 박스오피스 가치가 불확실했지만, 스튜디오는 그것들을 TV 네트워크에 재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트리밍 회사의 영화들이 자체 플랫폼 안에 갇히면서, 신규 진입자들은 다른 곳에서 가치가 있는 모험적인 작품을 만들 이유가 거의 없어졌다. 만약 카탈로그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면, 그들은 영화관이나 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독창적인 인디 작품을 개발의 재정적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골라 담을 수 있다.

롭슨은 유명한 영화가 플랫폼에 구독자를 데려올 수는 있지만, “그것이 그 쇼 때문인지 다른 외부 요인 때문인지 말하기 어렵고, 시청자당 비용을 고려하면 본질적으로 미끼 상품(loss-leader)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더 독특한 작품들뿐만 아니라 <일렉트릭 스테이트>처럼 값비싼 알고리즘 영화의 실패작에도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하는 일은 재무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며, 월스트리트는 현재로서는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2022년 4월 이후 주가는 꾸준히 상승했다. 고객과 주주들은 플랫폼의 끝없이 돌아가는, 잊혀질 만한 작품들의 회전목마에 충분히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AI가 더해지면

넷플릭스는 다시 궤도에 올랐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아는 알고리즘 영화는 차세대 자동화 기술인 AI에 의해 곧 초강력하게 강화될 것이다.

이 기술은 본질적으로 과거의 창의성을 약탈한다. 영화 산업의 목적을 위해, 그 훈련 데이터에는 지난 125년간 할리우드의 모든 노동 영역, 즉 시나리오, 영상, 사운드트랙, 편집 패턴, 특수 효과 작업 등이 포함될 것이다.

AI를 사용해 이 모든 것을 자동 생성하는 비용은 실제로 하는 것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생산성과 효율성의 증가는 창의성에 대한 알고리즘적 접근을 더욱 공고히 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AI는 이미 영화의 주변부에서 사용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일렉트릭 스테이트>의 일부 장면에 CGI 캐릭터를 삽입하고, 아르헨티나 SF 시리즈 <엘 에테르나우타>에서 건물이 무너지는 시퀀스를 만드는 데 생성형 AI를 사용했다.

아마존 역시 성경 시리즈 <하우스 오브 데이비드>의 시각 효과 작업에 이 기술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들은 영화나 TV 시리즈를 처음부터 생성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토드 옐린은 챗GPT가 지금 당장 판에 박힌 크리스마스 영화를 쓸 수도 있다고 믿지만, 인간의 예술성을 짓밟는 것에 대한 반발이 그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없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의견을 물은 대부분의 인터뷰 대상자들은 AI가 경계를 허무는 시나리오를 생산하기까지는 아직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리밍 회사들은 이미 각 구독자에게 개인화된 아트워크와 예고편을 자동 생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만약 로맨틱 코미디를 즐겨 보는 사람의 피드에 <굿 윌 헌팅>이 나타나면, 그 영화의 썸네일 이미지는 맷 데이먼과 미니 드라이버가 다정하게 있는 모습일 것이고 코미디를 선호하는 사용자에게는 로빈 윌리엄스가 등장할 것이다.

옐린에게 이런 종류의 AI 사용은 여전히 선을 넘지 않은 것이다.

“예술적으로 그리고 아마도 윤리적으로 더 중요한 이슈는 영화나 TV 쇼 자체를 만들기 위해 알고리즘과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것과, 본편이 아닌 홍보용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그것들을 사용하는 것 사이에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리밍 공룡들이 거기서 멈출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스티븐 팔로우스는 최근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출원 중인 특허를 조사했다. 넷플릭스의 500개 출원 중에는 편집 및 시각 효과를 위한 머신러닝 기반 도구들이 있으며, 아마존은 유사한 분야에서 7,00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

그 시도들은 시나리오 분석부터 자동 스토리보딩, 핵심 콘셉트를 테스트하기 위한 가상 관객 시뮬레이션, 실시간으로 시청자 반응을 추적할 수 있는 ‘감정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개인화의 역설

스트리밍 시대의 기이한 역설은 엔터테인먼트를 개인화하려는 시도가 계속될수록, 엔터테인먼트 자체는 꾸준히 비개인적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사용자와 무한한 선택은 환상이다. 작가와 관점의 특이성은 이제 알고리즘의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져가는 것이 되었고, AI는 그것들을 아예 완전히 쓸어버릴 위협을 가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개인화 담당 디렉터였던 토드 옐린은 여전히 개성과 예술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상업적 콘텐츠 사이를 조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는 2022년 넷플릭스를 그만두고 첫 사랑이었던 영화계에 감독으로 돌아왔다.

그는 휴렛팩커드에서 해고된 코스타리카의 IT 직원이 사기 사건에 휘말리는 범죄 이야기인 <The 52nd State>를 공동 집필하고 감독했다. 올여름 마침내 촬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급격하게 변한 영화 제작 환경으로 돌아온 옐린은 독립 영화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에 놀랐다.

“힘든 길이었습니다. 독립 영화를 만드는 모델이 바뀌었죠. 많은 회사가 독립 영화 사전 자금 조달에서 손을 뗐습니다. 나중에 널려 있는 것들 중에서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는데, 왜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미리 자금을 대겠어요?”

정말 그럴 이유가 있을까? 다행히도, 그에게는 여전히 인맥이 있었다. 그의 오랜 친구인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총괄 프로듀서로 나서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의 첫 영화 입봉이었다. 궁지에 몰린 독립 영화를 위해 자신의 오랜 친구가 나섰는데, 마침 그가 억만장자 기술업계 거부였다니. 깔끔한 3막의 반전이다. 마치 알고리즘처럼 깔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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